한중일, 글로벌 공급망 등 협력 '공감대'···'미중 갈등'에 한계도
27일 공동 기자회견서 FTA 등 경제·통상 협력 강조 "3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 확대키로"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한중일이 정상회의를 열고 경제 분야에서 3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3국은 공급망 구축을 비롯해 무역·투자 환경 개선 등 경제·통상 부문에서 협력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미국과 경제 안보에서 밀착 관계인 만큼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 경제 협력과 관련해 "우리 세 사람은 3국 협력의 원동력이 국민들의 지지에 있다는 데 공감하고, 3국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윤 대통령은 밝혔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3국 간 통상 질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무역과 투자 양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3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지향하고, 미래지항적 일중한 FTA(자유무역협정)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자고 했다"고 말했다.
리창 총리도 "더 높은 수준의 협력 상생에 주목해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제·무역의 폭발적 연결을 심화하고, 역내 산업망·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중한일 FTA 협상 체계를 추진한다. 또 과학기술 혁신 협력을 심화하고, 특히 인공지능·디지털 경제·녹색 경제 등 첨단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주요 경제·통상 협력 강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선언문에는 "우리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3국 간 공동의 노력이 역내 및 세계 경제의 번영과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3국은 △전자상거래에 관한 공동선언 이니셔티브에 관한 협상 조속 타결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 지속 △RCEP 공동위원회가 신규 회원의 RCEP 가입 절차 논의를 가속화할 것을 독려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 △시장의 개방성 유지 및 공급망 협력 강화 △수출통제 분야에서 소통 지속 △2024년 개최 3국 기업가 포럼 환영 등에 합의했다.
이 밖에 선언문에는 협력의 내실화를 위해 한중일 경제계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간 한일, 한중 양국 실무협의체는 있었지만, 3국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는 없었다. 3국 경제계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통상 현안에 대한 3국 공동 대응을 추진키로 했다.
그간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구도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3국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 등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정부도 우리나라가 주도해 4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개최, 협력 관계 복원과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제·통상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대한 실질적 협력 방안이 선언문에 담긴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3국의 경제 협력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 대외 상황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3국 간 자유무역 확대를 원하지만, 경제 안보에서 미국과 밀착 관계인 우리나라와 일본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일 양국이 중국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