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위한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도입 목소리 높아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지역균형발전 위한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도입 목소리 높아
2025-05-28 이정수 기자
매일일보 = 이정수 기자 | 지역균형발전은 역대 정부의 공통된 과제였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이래 이명박 정부 때 지역발전위원회로 개칭되었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환원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이나 지방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자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 또한 지난 3월 반도체 소재와 바이오산업의 신규 투자를 바탕으로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신청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상반기 중에 심의 의결을 거쳐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 지방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10월 고시한 ‘인구감소지역 지정 고시’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2021년 10월에 최초 고시하고 5년 단위로 지정함)된 전국 시군구 단위 지역 89곳 중, 85곳(95.5%)이 비수도권일 만큼 지방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최근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를 도입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구미상공회의소를 필두로 2022년에는 구미 경실련이 제안한데 이어,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구자근, 권명호, 김성원, 윤영석, 이원욱 의원 등이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울산, 창원, 경산 등 여러 지역의 상의가 나서기도 했다.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는 수도권으로부터 먼 지역일수록, 정주여건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법인세를 낮춰줌으로써 기업의 창업과 이전,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집중 완화와 낙후지역의 성장을 유도해 지역균형발전을 가능케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現 지방시대위원회)는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작성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법인세율의 지역별 차등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기업의 법인세율을 2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5%와 10% 인하할 경우, 세수는 단기적으로 연간 1.5조원 감소하나 신규 투자 8조원, 이전 투자 42조원 등 비수도권 투자가 최대 50조원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생산유발효과 15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 6조원 등 총 21조원의 효과를 더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세수 역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법인세율 지방차등제가 매년 국가균형발전 예산을 집행하는 것 대비 경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2020년의 경우 비수도권 전체 법인세 징수액은 15.6조원인데, 이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연간 투입한 16.6조원보다 적다. 비용 측면에서 법인세율 지방차등제가 더 나은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스위스, 이스라엘은 지방 투자 시에 현금보조금, 면세, 융자보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동시에 법인세율을 낮춰줌으로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방에 기업 유치와 투자 활성화가 이루어져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의 소득이 가파르게 증가해 균형발전과 지속적 경제성장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위스는 2020년 기준 평균법인세율 17.1%로 2003년 25%로부터 지속 인하 중인데, 특히 경제적 낙후도가 큰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법인세율을 부과해 최고세율 지역과 최저세율 지역 간의 차이가 12%에 달한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경제 및 산업적 낙후지역의 GDP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최대 26%, 인구는 최대 13%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국가 차원에서도 2000년 대비 2018년에 명목 GDP와 인당 GDP 모두 10% 이상 증가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기준 평균법인세율이 22%에 달하지만 1959년에 최초 제정한 투자촉진법을 근거로 경제 및 산업적 낙후지역의 법인세율을 최저 5%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의 투자가 2012년 대비 2018년에 19배 이상 증가하는 등 투자가 활성화되며 법인세율 인하지역의 고용률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35%, 인당 소득은 약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에서도 2000년 대비 2018년에 실질 GDP는 80% 이상, 인당 GDP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높은 법인세율소득세율로 인해 HP,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텍사스, 콜로라도주 등으로 이전하는 ‘실리콘밸리 엑소더스’ 사태가 발생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법인세율은 8.84%로 미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고, 소득세율 또한 최대 13.3%에 달해 ‘기업하기 좋지 않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1,000대 R&D 투자 기업 스코어보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종사자 수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각각 연평균 4.06%, 9.06% 증가했고,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종사자 수 또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56%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지역균형발전에 대입해 해석하면, 높은 성장성이 전망되는 첨단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지방에 유치하면 지역균형발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감안해 법인세율 지방차등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당장 비수도권 전체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첨단산업 분야 중심으로라도 우선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는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제도”라며, “이를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역균형발전 정책인 기회발전특구 제도와 결합한다면,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제도의 효과성을 검증해 향후 비수도권 전체로 확대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초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대한민국은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역대 정부가 20년 넘게 추진해 왔던 지역균형발전 정책 또한 그렇다. 기존의 방법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