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통시장, ‘핫플’ 진화…어린이‧청년 유입 활성화 방안 모색
대형마트‧SSM 존재 불구 MZ세대 방문 늘어 활기 찾아 고령화‧바가지‧업종한계 등 해결 필요한 문제는 안갯속
2024-05-28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전통시장이 2030 청년층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전통시장엔 활력소로 작용하지만, 음식점 및 카페에 집중된 단점은 장기간 극복할 과제로 남았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활성화가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그간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됐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특색을 살린 상인들이 등장하면서,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식음료 외의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은 그간 보호의 대상으로 분류됐다. 대형마트와 SSM 등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다. 정부의 유통업체 규제가 펼쳐지며, 전통시장 상권보호도 추진했다. 하지만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관측됐다. KB국민카드가 전통시장 가맹점 8만9000곳의 매출 데이터 57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장을 찾은 회원의 18%가 4년(2019~2022년)간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이중 20대가 26%를 차지하며, 청년층의 전통시장 방문이 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제 전통시장을 방문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활동을 하는 청년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BC카드에 따르면,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의 매출지수는 2019년부터 매년 꾸준히 상승세다. 실제 지난해 결제금액과 방문 고객은 2019년 대비 각각 45%, 22% 증가했다. 청년층의 유입이 증가하는 동시에 매출액이 확대됐기 때문에, 청년층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시장을 찾은 청년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최근 경동시장을 찾은 김 씨(33)는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도중 전통시장을 방문했고, 각종 먹거리를 구매했다”면서 “어릴 때 방문한 전통시장들과 달리 청결하고 정돈된 거리의 모습에 놀랐고,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먹거리도 다수 존재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거래처의 요청으로 전통시장을 방문한 사례도 나왔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이 씨(33)는 “최근 프랑스 거래처 직원이 한국 전통시장에 꼭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췄다”며 “동행시간 중 광장시장을 방문해 각종 음식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방문 이후 거래처 직원은 만족감을 나타냈고, 현지 SNS에서 한국 전통시장 방문을 필수 방문 코스로 분류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의 유입이 활성화되는 반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했다. 우선 전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고령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2년 전통시장 점포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연령은 60.2세다. 2022년 한국 평균연령(44.2세)보다 16살 많다. 상인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소비트렌드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한다고 평가받는다.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전 상인들의 평균연령은 55세였다. 불과 10년 만에 60세를 돌파한 셈이다. 상인들의 연령 분포도를 봐도 60대의 비중이 압조적이다. 구체적으로 60대 상인은 39.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39세 미만 청년상인은 4.2%에 그쳤다. 지역 전통시장도 새로운 콘셉트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청년층의 유입이 활성화된 전통시장들은 시장별 콘셉트를 설정해 변화했다.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이미지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지역색을 살릴 뿐 아니라 기존 업체들의 변화 의지가 요구된다. 실제 콘셉트를 살린 시장은 호황을 누린 바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개선을 지원한 예산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예산시장은 MZ세대의 방문지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전통시장이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진행했고, SNS를 통한 젊은 세대의 유입을 이끌어냈다. 결국 예산시장은 변화를 선택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상황이다. 바가지 논란도 해결해야 한다. 광장시장은 작년 말 일부 상인이 전 모음을 비싼 가격에 팔아 논란을 불러왔다. 상인들은 이를 반성한다는 취지에서 작년 12월 결의 대회를 열었다. ‘정량 표시제’와 ‘카드 결제 허용’을 약속했지만, 아직 모든 상인이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음료에 집중된 대책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앞선 청년층 유입에 공헌한 사업은 대부분 식음료에 집중됐다. 당초 전통시장의 주요 방문객은 장년층이 주를 이룬다. 과일 도소매업과 의류 등의 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청년층의 방문을 유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식음료를 선택했지만, 이외의 사업은 여전히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전통시장을 주 2회 이상 방문하는 남 씨(64)는 “최근 전통시장에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어나 요식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의 얼굴이 밝아졌지만, 이외의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며 “시장별 특색을 살린다는 정부의 방향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요식업에 집중돼 타 상인들의 고난도 극복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