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 실업급여 살펴보니··· "하한액 낮고 수급기간 더 길어"

국내 하한액 189만원… 해외比 높은 수준 상한액 직전 임금 60%, 주요국 대비 낮아 필수 고용보험 기간·수급 가능 기간 '짧아'

2025-05-28     권한일 기자
미국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높은 하한액이 근로의욕을 저해한다.' VS '상한액 상향과 수급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80%)도 높아졌고 이를 둘러싼 산업계와 노동계, 여·야 간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시점 수급자의 73%가 하한액을 적용받고 기존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높은 '역전 수급자'가 30%에 육박하는 상황에 이르자 제도 개편을 둘러싼 목소리도 커진 가운데, 해외 선진국들의 운영 현황에 시선이 쏠린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은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44%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는 프랑스(26%)·일본(22%)·미국(12%)을 훨씬 웃돈다. 고용보험법상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189만3120원(하루 6만3104원·8시간 근무 기준)이다. 이는 정상적인 최저임금(206만740원) 수령에 따르는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뺀 실수령액(186만원대)보다 높다. 반면 상한액은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현행법상 실업급여는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가 적용되고, 월 기준 상한액은 198만원(하루 6만6000원, 30일 기준)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프랑스(75%)·일본(80%)·스위스(70%)·독일(유자녀 67%·무자녀 60%) 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실업급여 신청 시 요구되는 필수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짧은 만큼 수급 기간 또한 OECD 평균 대비 짧은 편이다. 33개국 회원국 가운데 약 70%는 우리나라보다 고용 기여 기간이 길고 수급 기간도 길다. 국내에선 실직 전 18개월을 기준으로 180일 이상(약 7개월)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최소 근무 기간이 12개월인 일본·독일·스위스·벨기에 등 주요 회원국보다 짧은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고용보험 기여 기간이 짧은 국가는 33개국 중 프랑스(130일)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수급 기간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120~240일(약 4~8개월)로, 프랑스(6~24개월)·독일(6~12개월)·덴마크(24개월)·일본(12~24개월)·노르웨이(12~24개월)와 비교해 최대 1년 4개월 가량 짧다. 아울러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50세 이상 고령 구직자의 경우 한국은 한 달 더 늘어난 270일(약 9개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53~54세 구직자는 30개월, 55세 이상은 36개월까지 보장된다. 일본은 65세 이상 취업자에게 일시금 형태로 고령자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구직 활동 관리·감독 및 필수 취업 컨설팅 참여 확인 면에서도 우리나라와 유럽 선진국 간 차이가 확인된다. 한국은 개별 입사 지원 내역·면접 확인서·직업훈련 증빙·사업 준비 서류 등을 관할 고용센터에 주기적으로 제출하면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하다. 반면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관련 기준이 높고 관리도 더욱 철저한 편이다. 일례로 스웨덴에선 관할 관청이 주기적으로 수급자와의 면담 및 추전 일자리를 제안한다. 또 한 달에 적어도 6곳 이상의 일자리에 지원해야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하다. 이를 어길 시 경고, 미지급 1일, 미지급 5일, 미지급 10일, 조건 충족까지 자격 상실 등의 제재를 가한다.  덴마크에선 모든 입사지원서 사본의 관할 관청 제출을 의무화해 수급자의 구직 태도를 평가한다.  권혁 부산대학교 교수는 "실업 급여 제도는 지속가능성을 우선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유럽 주요국 사례처럼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일자리로 유도하고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게 실업 급여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