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결국 불발···野 "권력 지키려 국민 목소리 짓밟아"

28일 본회의서 재표결···찬성 179, 반대 111, 무효 4 與, 이탈표 최소화로 한숨 돌려···野 "22대서 재추진"

2025-05-28     이태훈 기자
김진표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채상병 특검법'이 끝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8일 열린 이번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지만, 재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최종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은 오늘을 '한 줌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짓밟은 최악의 의회 참사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특검법 저지에 앞장선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기명 재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재적 296명 중 294명 출석,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재의결이 무산됨에 따라 특검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VIP(대통령) 격노설'로 국방부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국회로 되돌아왔다. 재의결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되는데, 구속 수감된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출석 가능 의원 295명 중 294명이 표결에 참여함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해선 196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범야권 180명이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힘에서 16표의 찬성표가 나왔어야 했지만 이탈표는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 6당은 특검법 부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결국 여당은 또 국민이 아닌 권력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며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에 분노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재의결을 촉구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집권 여당은 철저히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특검법 부결로 분명해진 것이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바로 해병대원 수사 외압의 범인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몸부림치면서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단 하나라도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비록 오늘은 실패했지만 진실을 밝히고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 정의 실현을 위해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22대 국회 개원 직후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직전까지 김웅, 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 등 5명이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면서 '표 단속'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당이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한 특검법을 '최소 이탈표'로 틀어막으면서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부결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 "너희는 보수가 아니라 보수 사칭 집단"이라고 외치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