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 이탈표 거의 없었다···한숨 돌린 與, 22대 벼르는 野
찬성 179명 반대 111명 기권 4명 이재명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납득 안 돼" 야권,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추진 예고
2025-05-28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안(채 상병 특검법)'이 28일 국회 재표결 끝에 결국 부결됐다. 야당이 기대했던 여당 내 이탈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은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꺾어버렸다"고 반발하며 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 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간 극한 대립은 채 상병 특검을 고리로 새 국회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294명에, 찬성 179명, 반대 111명, 기권 4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이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본회의에는 총 294명이 참석해 가결을 위해서는 196표가 필요했다. 여권이 국민의힘 113명,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하영제 의원,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 등 총 115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탈표는 거의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당에서는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 등 5명이 찬성 표결을 예고했다. 만약 이들이 예고한 대로 찬성표를 던졌거나 기권에 투표했다면 이탈표는 오히려 야당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다 숨진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은 해병대 수사단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압력을 행사해 수사 결과를 왜곡하고 수사를 은폐했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됐지만 21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왔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점, 여야 합의 없이 국회를 통과한 점,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된 점 등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채 상병 특검법 부결로 일단 큰 부담은 덜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등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헌신한 장병 사건의 진상 규명을 하자, 또 수사 과정의 외압이나 사건 조작의 의혹이 있으니 규명하자는 것에 대해서 왜 이렇게 극렬하게 반대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이익인 그런 상황이라는 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2대 개원 즉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22대 국회의 범야권 의석이 192석으로, 윤 대통령이 재발의된 특검법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8석의 이탈표만 나오면 충분히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결국 그들은 또 국민이 아닌 권력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우리 국민은 오늘을 한 줌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짓밟은 최악의 의회 참사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제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 상병 특검을 재추진하겠다. 부당한 지시를 내린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고, 외압을 행사하며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던 배후가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만일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가결될 경우 윤 대통령은 곧바로 심각한 레임덕을 맞이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으로 대통령실 개입, 윤 대통령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정권에 치명타가 된다"며 "2016년 국정농단 특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사례와 비슷한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