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재벌총수 최태원, 지주회사법 버티기?

유원일 “공정위, SK그룹 지주회사 전환요건 불법행위에 면죄부”

2009-10-30     김경탁 기자
재벌그룹들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하락한 반면 계열사와 임원 등 내부지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적은 지분으로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소유-지배 간 괴리 현상’이 더 심화됐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호열)가 10월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4월 1일 지정한 자산기준 5조원 이상 4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소속 1139개사. 이하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 등을 분석 공개한 결과에 따른 것.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다시 말해 재벌그룹들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낮아진 반면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재벌그룹들의 순환출자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기업은 SK였는데, 총수일가 지분율에서 거꾸로 1등, 총수 개인의 지분에서는 거꾸로 2등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행위제한 규제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해 규제당국은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 SK의 계열사 행위제한 위반 아무 제재 없이 유예기간 연장 승인?

SK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 ” vs 유원일 “금융자회사 매각한 CJ는 뭐냐?”

공정위가 10월 2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4월 1일 기준, 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31개, 986개사)의 내부지분율은 53.01%로 나타난 가운데, 동일인 지분율은 2.02%, 친족 지분율은 2.49%, 계열회사 지분율 46.04%, 비영리법인·임원 등의 지분율은 2.46%를 각각 기록했다.

2008년에 이어 연속 지정된 총수 있는 기업집단(26개)의 내부지분율은 52.57%로, 작년(50.78%)에 비해 1.79%p 증가했는데, 동일인 지분율 및 친족 지분율은 오히려 약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동일인 지분율 : (08)1.74% (09)1.73%( 0.01%p), 친족 지분율 : (08)2.5% (09)2.44%( 0.06%p) 이중에서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낮은 기업집단은 0.87%에 그친 SK로, 특히 총수 개인의 지분보유에서도 SK 최태원 회장은 LS 구자홍 회장(0.05%)에 이어 밑에서 2위(0.09%)를 기록했다. SK 다음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1.07%의 삼성이었고, 그 뒤를 1.81%의 현대가 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2%를 넘지 않는 기업집단은 이 3개 그룹이 유일했다.

지주회사그룹, 내부지분율 더 높아

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31개, 986개 사) 중 총수지분이 없는 계열사 수는 810개 사로 전체의 82.2%를 차지했고, 총수일가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회사는 687개 사로 전체의 69.7%에 달했다. 31개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그룹인 기업집단(11개)의 내부지분율은 53.24%로 일반 기업집단(52.86%)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지주회사그룹인 기업집단으로는 LG, SK, GS, 금호아시아나, 두산, LS, CJ, 한진중공업, 웅진, 세아, 한국투자금융 등이 있는데, 이들 지주회사그룹들은 동일인 친족지분율이 5.15%로 일반 기업집단(4.10%)보다 높은 반면, 계열회사지분율은 45.68%로 일반 기업집단(46.27%)보다 낮았다. 계열사간 환상형 출자(이른바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되어있는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SK,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 동양, 웅진, 현대백화점 등 12개. 이중에서 SK와 웅진은 지주회사로 전환된 9개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환상형 출자구조가 남아있는 경우로 나타났다. SK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SK㈜의 최대주주 SKC&C의 2009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44.5%를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고, SK텔레콤이 30%, SK네트웍스가 15% 그리고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가 10.5% 지분(합계 100%)을 보유하고 있으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가 최대주주로 되어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SK와 웅진은 유예기간이 적용된 상태로, 현재 순환출자 해소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며, 유예기간 경과 전에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SK, 총 10건의 행위제한규정 위반

하지만 8일 있었던 공정위 국감에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공정위가 아무런 제재없이 SK의 행위제한 위반 해소 유예기간 연장을 승인해준 것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방기하고 SK그룹의 불법행위에 면죄부(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도 8일 발표한 <경제개혁이슈 2009-7호>에서 SK그룹에 대해 “2007년 7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지주회사 행위제한 사항을 유예기간 2년 내에 모두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와 유원일 의원에 따르면 2009년 7월 2일 현재 SK그룹은 금융회사 지분 보유금지 1건, 손자회사 및 계열사 출자금지 7건, 증손회사 외 계열사 출자 금지 2건 등 총 10건의 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그러나 2007년 2월 개정된 ‘공정위 승인을 얻을 경우 유예기간 2년 연장’ 조항에 따라 SK그룹은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공정위가 이를 승인함에 따라 SK그룹은 2년의 시간을 더 벌게 되었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의 설립 혹은 전환시점에서 지주회사 및 자회사, 손자회사가 행위제한 내용을 위반하면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유원일 “공정위, 법질서 무너뜨려”

유원일 의원은 “유예기간 연장은 주식가격이 급격히 변동하는 등 경제여건의 변화가 발생했거나, 주식처분금지계약 혹은 사업의 현저한 손실 등으로 주식처분 혹은 취득이 곤란 할 때로 제한된다”며 “공정위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없이 유예기간을 연장해준 것은 법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라고 성토했다.유원일 의원은 이날 “불법행위를 저지른 SK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공정위가 SK그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은 노골적으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이와 관련해 SK C&C 김신배 부회장은 지난 13일 “SK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해왔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라 지난해 7월 기업공개를 연기하고 적절한 상장 시점을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 글로벌금융위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유원일 의원은 “SK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CJ그룹이 법을 지키기 위해 이 시기에 CJ투자증권을 매각했던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누가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겠느냐”고 주장했다.

“SK C&C만 상장하면 대부분 해결?”

행위제한 규제 해소와 관련해 SK그룹 관계자는 30일 <파이낸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SK C&C가 11월 11일 상장되면 그동안 문제가 되는 행위제한 부분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C&C 상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인 지주회사에 대한 순환출자는 해소가 되겠지만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한 조항이나  100% 증손회사 외 계열사 주식취득금지 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표 참조>
더욱이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 규제를 더욱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어서 SK그룹은 향후 법 개정 여하에 따라 구조개편을 최소화하며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우려했다. 2009년 4월 13일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과 비계열사 주식보유 5% 제한규정을 폐지하고,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며, 유예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증손회사의 경우에도 40% 지분율(상장사 20%) 요건만 충족하면 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지주회사제도의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는 사실상 모두 폐지되는 셈이며, 재벌그룹들은 소유지배구조상의 변화나 구조조정 부담은 거의 지지 않은 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경제개혁연대는 9월 30일 현재까지 지주회사로 전환된 10개 재벌그룹중 SK와 LG, CJ, 한진중공업, 웅진 등 5개 그룹이 지주회사 전환과정을 통해 지배주주 지분이 평균 34.35% 증가하는 등 현행 지주회사제도가 총수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투데이=매일일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