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O ‘유전자원 출처공개 의무화’… 韓바이오 우려 커진다
특허출원시 유전자원 출처 공개 조약 채택… 중국·인도에 유리 특허청 “국내사 10곳 중 9곳, 조약 체결에 부담 느껴” 조약 미준수 시 72억원~244억원 추가 로열티 부담 우려
2025-05-29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유전자원 특허출원 시 출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라는 내용의 조약을 채택하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8일 해외 언론에 따르면, WIPO는 지난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외교회의를 통해 특허 출원시 유전자원 및 관련 전동지식의 출처공개 의무화 조약을 채택했다. 유전자원이란 식물, 미생물, 동물 등 유전현상을 나타내는 생물 중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이용도가 있거나 보존 가치가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WIPO는 “지식재산권, 유전자원, 전통지식 간의 접점을 다룬 최초의 WIPO조약이자, 토착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조항을 포함시킨 최초의 조약”이라고 밝혔다. 이 조약은 1999년 콜롬비아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2001년부터 WIPO 회원국간 협상을 진행해 25년만에 최종 채택됐다. 이 조약은 15개 체약국이 비준서를 기탁한 후 3개월 후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특허출원에서 청구된 발명이 유전자원에 기초한 경우, 각 체약당사국은 출원인에게 유전자원의 원산지 또는 출처를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특허출원에서 청구된 발명이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에 기초하고 있는 경우에도 각 체약 당사국은 출원인에게 전통지식을 제공한 원주민 또는 지역사회를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유전자원엔 약용식물, 농작물 및 동물 품종 등이 포함된다. 유전자원 자체는 지식재산으로 직접 보호받을 수 없다. 다만 유전자원을 사용해 개발된 발명은 대부분 특허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업계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거 유전자원은 인류 공동자산으로 인식되며 보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이와 관련한 경제적 가치·인식이 증가하면서, 자원 이용국의 개발 이익을 보유국과 공유하기로 논의되는 추세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논의하는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산업계는 매년 최소 136억원에서 최대 639억원의 경제적인 추가부담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 자원 이용국으로, 관련 산업계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지금까지 이용국계의 입장에 동조해온 편이다. 실제 국내 바이오기업 10곳 중 9곳 유전자원 출처공개 제도 도입에 부담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특허청은 WIPO 외교회의에 앞서 국내 의약, 식품 등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유전자원 출처공개에 대한 기업 설문조사를 올해 초 진행했다. 조사 대상 1738개 기업 중 350개 기업이 응답했다. 응답기업의 91.1%는 출처 특정, 출처정보 입수 곤란 등으로 출처공개 제도 도입시 기업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전자원 제공 기업(중개업체)이 관련 정보를 미제공(67.3%) △여러 국가로부터 조달해 원산지 특정이 곤란(24.8%) △전통지식의 출처 특정 곤란(21.2%)이라고 응답했다. 응답 분석결과 우리기업들은 출처공개 기준, 예를 들어 △제공국 정부가 승인한 출처증명서 △출처공개 미준수에 따른 제재수준(특허취소)에 따라 72억원~244억원의 추가 로열티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허 출원, 등록 지연, 출처 정보 관리 측면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해외 중개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하는 악영향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유전자원 부국들은 유전자원 출처공개 의무화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따라서 조약 발효 요건인 15개국의 비준서 기탁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 곧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우리나라도 이 조약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면, 가입 당사국의 의무인 △특허 출원시 유전자원 출처공개 의무화 △이행조항 및 처벌조항을 국내 관련법에 반영해야 한다. 또 출원인에게 출처 공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제공하며, 가입 당사국들간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등의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의견이 관련법에 적극 반영돼야 업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