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냉난방공조 경쟁력 강화…해외 영토 확장
삼성, 레녹스 영업망 업고 북미 HVAC 시장 공략 LG, 美 데이터센터 등 해외 HVAC 세일즈 ‘활활’ 합작사, R&D 조직 강화 등 경쟁력 강화 드라이브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난방공조시스템(HVAC) 사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의 합작법인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지분 50.1%, 레녹스가 나머지 49.9%를 보유하는 구조다. 투자 규모는 수천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북미 프리미엄 브랜드인 레녹스는 1895년 설립된 가정용·상업용 HVAC 전문 기업이다. 북미에서 직영점뿐 아니라 홈 빌더 파트너들과 폭넓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유통망에 레녹스의 네트워크를 더해 북미 HVAC 시장 공략을 서두른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에 참가해 각종 공조 솔루션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는 시스템 에어컨과 무풍 에어컨 등 가정용 제품을 비롯해 온수를 공급하는 'DVM 하이드로 유닛'을 공개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로 냉방 운전 패턴 및 실외기 상태를 학습하는 시스템에어컨 'DVM S2 맥스 히트'를 전시했다.
북미 지역은 도시화와 인구 증가, 에너지 규제 등으로 공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공조 시장 규모는 올해 320억달러(약 43조원)에서 2034년 488억달러(약 6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HVAC 시장의 대표 주자는 일본 다이킨공업과 중국 미디어그룹 그리, 존슨콘트롤즈 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고성장이 예견된 HVAC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아일랜드 존슨콘트롤즈 HVAC 사업부의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해당 매물은 60억달러(약 8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도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핵심으로 HVAC 사업을 낙점, 미국·유럽 중심의 해외 세일즈에 진력하고 있다. HVAC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HVAC 사업을 바탕으로 B2B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HVAC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배 이상 늘려 글로벌 일류 종합공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알래스카주에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위한 'LG 알래스카 히트펌프 연구소'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이를 시작으로 냉난방 솔루션 관련 글로벌 연구개발(R&D) 조직을 지속 확대,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LG전자가 미국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에 '칠러'를 활용한 대규모 냉각시스템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칠러는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초대형 냉방기다. 이번에 공급하는 칠러 용량은 최대 5만 냉동톤(RT)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공급 이력이 있던 스타필드의 3배 이상 규모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LG전자 에어컨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이 HVAC"라며 "해당 부문은 계절성도 없고, 수익도 상대적으로 높아 10년 넘게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