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항공 ‘집안 싸움 막간다'

한우봉 불법털법vs노조 '비대위 거짓말'

2006-10-14     권민경 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한성항공 갈등이 법정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청주지법 민사합의1부(재판장 어수용)는 공 아무개 등 주주들로 구성된 ‘한성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가 신청한 ‘대표이사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를 해임했다고 주장하는 지난달 2일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며 "적법 절차에 의해 소집되지 않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를 정지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한우봉의 회사운영에 문제가 있어 지난달 2일 이사회에서 그를 해임하고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으며 한우봉측은 이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이미 8월 31일 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우봉은 비대위의 목적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적대적 M&A라고 반박해 왔다. 이에 비대위는 “오히려 한우봉이 회사를 헐값에 넘기려 하고 있다”며 “이미 대표이사가 아닌 그가 여전히 한성항공 투자자들을 물색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의 결정에 비대위는 일단 수긍을 하면서도 이번 심리가 한우봉의 허위 주주총회 개최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즉시 항고할 계획이어서 한성항공의 갈등은 봉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대위의 공 대표는 “일체의 수사 없이 재판이 진행돼 당황스럽다” 며 “판결이 나기까지 2주정도 소요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불과 하루 반 만에 결과가 통보됐다” 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또 “판결문은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한다는 ‘정관’만을 내세우며 ‘상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상법 제389조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다만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할 지 여부를 정한 경우에는 주주총회에서 이를 선임하게 된다. 또 대표이사를 선임한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는 언제든지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공 대표는 “판결문대로라면 한성항공의 대표이사는 영원히 바뀔 수 없다” 고 반박했다.

비대위, 한우봉 서류조작. 자금횡령 주장

비대위는 “지난 1년 동안 대표이사로 재직한 한우봉이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있고 경영자로서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어 지난달 2일 이사 4명 중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을 의결했다”고 주장해왔다. 공 대표는 “한우봉은 자신의 해임을 막기 위해 지난 8월31일 주주총회를 연 것처럼 회의록을 위조해 이사 2명을 해임했다”며 “그동안 주주명부조차 임의로 작성해 총 161명의 주주 인원을 28명, 7명으로 바꿔왔고 그 7명 또한 비대위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 대표는 “주주들의 실제 지분율은 약 50%정도인데 한우봉은 이를 30%정도라고 허위 조작했다” 며 “그러면서 한우봉은 자신의 지분율은 88%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라고 반발했다. 뿐만 아니라 “한우봉이 8월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며 신고한 총회 의사록에는 자신이 한성항공 회의실에서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회의를 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이 시간은 한 우봉이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 탑승해있던 시각이었다” 며 “한 대표가 2명인가, 아니면 마법사라도 되는 건가?” 라고 비꼬았다. 공 대표는 또한 “한우봉은 지금까지 한성항공에 자신을 돈은 한 푼도 투자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주주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마음대로 매각하려고 했다” 고 항의했다. 공 대표에 의하면 한우봉은 자신이 유치한 금액이 30억이라 주장하지만 이중 26억원이 비대위 주주들이 투자한 자금이므로 대표이사로 재직 이후 현재까지 유치한 자금은 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또 “주주들의 주선으로 88억 건, 30억 건 등 수차례 외부투자 협상이 있었으나 한우봉이 이를 무산시켰다” 며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에는 한성항공의 헐값 매각을 제안하고 수억 원대의 연봉, 스톡옵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 주장했다. 공 대표는 “처음에 비대위는 한우봉에게 조용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줄 것을 권유했다” 며 “하지만 한우봉은 계속해서 허위서류를 조작하고 주주와 임직원, 심지어 정부기관까지 속여가며 파렴치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고 말했다. 더욱이 한우봉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전 대표이사이자 한성항공 내분 초기부터 팽팽히 대립해왔던 이덕형에게 은밀히 ‘공동경영’을 제안했다고 공 대표는 설명했다. 한우봉의 이런 행태에 비대위는 결국 법정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된 것이다. 공 대표는 “한우봉은 호주영주권자이고 가족들도 이미 다 이민을 간 상태여서, 패소하게 되면 더 이상 한국에서 살기 힘들게 될 것” 이라고 했다. 또 한우봉이 호주영주권자임을 이용해 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차후 대책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노조, ‘비대위 거짓말’ 반발

그러나 한성항공 임직원들로 구성된 노조측은 비대위의 이런 주장들이 모두 거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우봉 대표이사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왔으며 어떠한 불법이 있었다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비대위 측의 범법행위에 대해 일부 형사고소를 한 상태이며 앞으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정보통신이용에 관한 법률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노조측은 또 ‘이정한 이사’, ‘이덕형 전 대표이사’ 부자가 계속해서 한성항공 내분과 연루되는 것에 의혹을 제기했다. 비대위는 이들이 더 이상 회사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전혀 믿지 못하고 있다. 또 공 대표가 “한우봉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덕형에게 ‘공동경영’을 제안하는 문자를 보냈다” 고 말한 것에 대해 “삼류소설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노조는 이미 이덕형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인데, 공동대표를 제안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고 주장했다. 또 임시이사회에서 한우봉을 해임한 사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한우봉의 불법행위가 무엇이며, 그렇게 판단하는 기준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비대위에서 주장하는 주주들의 주식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주식보유현황을 통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한성항공의 조속한 갈등 해소를 위해 비대위에 ‘합법적 회계 실사를 조속한 시일 내에 실시할 것’ 과 ‘회계 실사의 결과에 따라 대표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 및 징계여부는 노조와 합의하에 결정할 것’, 그리고 ‘한성항공과 관련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상의 소송 고소 고발 일체를 상호 취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비대위는 “한우봉은 처음 한성항공 투자 유치 시 ‘우리 회사는 노조가 없다’ 고 자랑해 왔는데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노조가 결성됐다”며 “정말 적절한 타이밍(?) 이라” 고 비꼬았다. 그러나 “비대위는 한우봉의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해 정당한 처벌을 원할 뿐 노조를 자극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고 밝혔다. 또 “하루라도 빨리 회사가 정상화 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최근 한성항공 김재준 전 부사장이 인터넷을 통해 반성과 참회의 마음을 갖고 용서를 구한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부사장은 입사 당시 팀장으로 들어왔지만 이후 투자 및 재무에 관한 부분에 관여를 하면서 한우봉의 신뢰를 받아 부사장으로 임명됐고 한우봉의 오른팔 노릇을 해왔다. 한우봉이 투자유치를 위해 외부 투자가들을 만날 때에도 그 옆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김 전 부사장은 사과의 글을 통해 “한우봉 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투자기회를 놓쳐버렸고 나 또한 그 과정을 무력하게 지켜본 것이 사실”이라며 “나를 통해 전달된 투자조건은 주주와 임직원을 포함한 회사를 위한 투자조건보다는 사실상 한우봉만을 위한 조건이었다” 고 말했다.

또 “한우봉의 재임기간 중 한성항공에는 한우봉의 대표이사직 해임결의를 위한 이사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의 이사회 및 그 어떠한 주주총회도 열린 적이 없다. 더군다나 8월 31일 열렸다고 하는 주주총회는 더더욱 그러한 사실이 없다” 고 밝혔다. 그는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조작한 불법등기이며 한우봉은 이미 9월 2일 이사회에서 적법하게 해임됐다” 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무모한 행동이나 악역을 자처하며 나서왔지만 옆에서 지켜본 한우봉은 점점 더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실행해 가시려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회사에 누가 될 것 같은 같다” 는 말을 덧붙였다. 김 전 부사장의 입장 변화에 대해 비대위 공 대표는 “아마도 자칫 잘못하다간 한우봉이 자행한 불법을 자신이 모조리 덮어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저가 민간항공이라는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한 한성항공, 한우봉은 이미 해임됐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의 악행은 그만두라는 주주측,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한우봉, 또 비대위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회사를 오히려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노조.........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