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OC 신속추진한다던 정부, 사업 늑장 왜?
정부, 26조 규모 상반기 투입 방침…1분기 공공수주 되레 줄어 상승한 공사비 반영 못해… 공사비 인상 근거 도출 요원
2025-05-29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연초 정부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를 지원하고자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으로 공공부문 수주 확대와 빠른 집행을 약속했지만, 막상 건설사들은 낮게 책정된 공사비로 인해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SOC 관련 예산 집행도 늦어지고 있는 것.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SOC 예산을 전년 대비 5.6% 늘린 26조4000억원으로 책정하고, 관련 예산을 상반기 중 신속하게 집행해 침체된 건설경기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SOC 수주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집행된 SOC 예산은 약 12조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9% 줄어들었다. 1·2월 공공부문 수주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9.0%, 24.2%씩 줄어들면서 정부 방침이 무색해졌다. 특히 공공부문 주택수주는 전년 대비 55.1% 감소한 3000억원으로 지난 2005년 이후 최저치에 도달했고, 비주택건축수주는 13.6%가 줄어든 2조5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공공부문 수주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이유로 원자잿값 인상과 물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한 154.85로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정부가 천정부지로 상승한 공사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자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총 10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인 가덕도신공항 공사 수주마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업 초기에 실시되는 설계 단계 예산이 총사업비 중 1%에 미치는 못하는 817억원으로 책정되면서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공부문 공사가 지닌 구조적 특성 역시 건설사들의 수주를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공공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은 발주처가 제시한 공사비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들어가 경쟁을 거쳐 낙찰을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낙찰가가 떨어지면서 공사비 역시 추가로 줄어들어 이익률이 감소하게 된다. 불경기에 이익 사수에 나선 건설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공공사업 입찰을 멀리하는 이유다. 당국은 업계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관련 근거와 정책 발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 연구’에 대한 긴급 공고를 냈다. 입철 마감 일시는 지난 28일이었고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8개월(240일)로 명시됐다. 개찰·낙찰·계약 등 차후 절차가 남아있는 것을 감안한다면서 공사비 현실화에 대한 근거는 이르면 내년 초쯤 마련되고 관련 정책 수립까지는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SOC예산을 계획에 맞춰 상반기 조기 집행한다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신속한 SOC 집행을 기대했지만 실제로 낮은 공사비에 제대로된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며 “상반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목표한 예산을 소모하기 위해 수주공고가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경우 지속가능한 수주 물량이 확보되기보다는 단발성 수주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사업성 확보 등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를 향한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서 정책 추진력도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세수 감소의 주요원인은 경기침체로 인해 각 기업들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법인세가 23조2000억원 덜 걷혔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기업의 실적 저조로 인해 1분기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한 84조9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면서 건설업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