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깡통대출’…대형 은행도 건전성 적신호

4대 은행, 이자 못 받는 무수익여신 3조원 달해 1년 만에 약 17%↑...금리인하 지연에 부실 우려

2025-05-29     이광표 기자
고금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지속되면서 4대 은행에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대출 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거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2조9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5422억원) 대비 16.8%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말(2조7526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7.9%(2174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무수익여신 잔액과 증가율 모두 4대 은행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은 86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10억원)보다 37.3% 급증했다. 뒤이어 하나은행이 지난해 1분기 6712억원에서 올해 1분기 8040억원으로 19.8% 늘며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6126억원으로 전년 동기(4884억원)보다 25.4%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1년 새 7516억원에서 6866억원으로 8.6% 줄어들며 유일하게 무수익여신이 감소했다. 은행권의 무수익여신이 증가한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이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서자 은행들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다. 늘어난 기업대출과 함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자금난이 심화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부실이 확대됐고 그 결과 무수익여신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1년 전(0.35%)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0.58%)과 개인사업자(0.54%) 연체율이 모두 0.17%포인트 악화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11%인 것과 비교하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확연히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향후에도 무수익여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과거 대비 늘어나는 추세”라며 “무수익여신이 증가하는 것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고객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의 금융 부담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금리가 좀 낮아져야 하는데 연내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해서 미뤄진다면 향후 무수익여신이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