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여신부실화에 부랴부랴 전담팀 확대…리스크 관리 올인

주요 은행들, 연체율 상승에 '부실자산 관리 조직' 가동 이창용 "금리인하 불확실성 커져"...건전성 관리 당부

2025-05-29     이광표 기자
시중은행들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상환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컨티전시 플랜(위기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상황대응조직을 운영하거나 건전성 관리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평균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0.27%)는 물론 전 분기(0.29%)보다도 상승한 수치다. 시중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기업대출 증가와 관련이 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시중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기업대출 위주로 성장 전략을 구사해온 데다,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4월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0조8941억 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1조6109억 원 줄었지만 올 1월에는 2조8311억 원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후 2월엔 6조5657억 원, 3월엔 8조4408억 원 불며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대출 규모가 늘면서 연체율 리스크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1년 전(0.35%)보다 0.13%p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지난 2년 사이 0.27%에서 0.58%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받을 수 없는 무수익여신도 늘었다. 5대 은행의 1분기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 75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3%(5553억 원) 증가했다. 건전성 관리가 발등에 불이 된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상시적 신용위험 점검 체계를 가동중이다.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부실예상 차주를 선정하고 부실예상 차주를 선정해 관리·지원해오는 등 리스크 관리 및 취약차주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은행 건전성과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크레딧 코스트 협의회'도 매월 개최하고 있다. 하위 조직으로 '연체대출관리TF팀', 별도 상임 조직인 '리스크관리 TF팀', '현장 리스크관리특별팀' 등을 운영중이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는 부실발생 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스크관리 TF팀'을 신설해 부실위험자산의 감축을 위한 영업점 지원 업무를 실시하고 신속금융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국민은행도 올해 2월부터 잠재부실 자산관리 TF팀을 구성해 운영중이다. 부실예상 기업과 차주를 잠재부실자산 관리등급으로 구분해 KB기업향상프로그램, 기업신용개선프로그램 등 내부구조조정프로그램 등 타깃 관리방안에 따라 실행하고 있다. 매월 유관부서가 리뷰도 실시한다. 여신관리심사그룹에선 컨티전시 플랜을 수립하고 위기상황대응반을 운영중이다. 실질연체율, 고정이하비율, 법인 ICR(기업신용평가) 1배 미만 비율 등 핵심관리지표를 활용해 매월 건전성을 모니터링하고 건전성 상황에 따라 액션 플랜을 수립해 관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자산 사운드(Sound)화 신속대응 TF팀'을 구성해 운영중이다. 여신정책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TF팀은 연체대출 모니터링, 현황분석, 차주별 관리방안(채무재조정, 새출발기금, 상환유예, 이관 등) 수립하고 관리 영업점에 차주 관리 방안 안내 등을 통해 연체를 해소한다. 신한은행은 건전성특별대책위원회와 건전성관리실무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증가와 무수익 여신 증가 등으로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며 "부실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관리방안을 지속 이행하고 리스크 관련 부서와의 일일단위 모니터링을 통해 부실 예상 차주에 대한 사전 점검 및 관리를 병행해 연체율 관리도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중은행장들에게 금리인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건전성 관리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물가의 목표 수렴 확신이 지연되면서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하반기 이후 통화정책 방향은 정책기조 전환이 너무 빠르거나 늦을 경우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계대출을 계속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가운데 기업 신용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