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北 오물 풍선, 정전 협정 위반···공식 조사"
"군사적 행동…공세적이고 비위생적"
2024-05-30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유엔군사령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가 정전 협정 위반이라며 공식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유엔사는 지역 주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오물을 실은 대량의 풍선을 보내는 이 군사적 행동이 "공세적이고 비위생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엔사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제삼자의 감독을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참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라 나녜스 유엔사 대변인은 "북한은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대우 받고 싶다고 밝혔지만, 오물과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이웃 영공으로 보내는 행동은 무책임하다"며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해가 되는 국제법 위반이라면 어떤 것도 규탄한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전날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유엔사와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라며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유엔사는 북한 행동이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북한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이 살포하는 대북 전단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후 28일 밤부터 29일까지 거름과 쓰레기 등이 담긴 오물 풍선을 남측으로 살포했다. 북한이 살포한 풍선은 260여 개로, 하루 기준 역대 최다 개수다. 오물 풍선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뿐만 아니라 경상도, 전라도 등 우리나라 남측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이로 인해 북한이 화생방 가스 등 유독 물질을 담아 보냈을 경우 우리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화생방 물질이 담긴 북한 풍선이 우리나라의 높은 고도에서 폭발할 경우 우리 국민에 대한 위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높은 고도에서 화생 무기가 폭발해 지상에 내려오면 유독성이 없다"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도발 행위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이며 반인륜적이고 저급·치졸한 행위"라며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북한이 공언했듯이 또 풍선 부양을 할 수도 있고, 또 남북 공유 하천에 오물을 투척할 수도 있다고 예상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