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사...“천천히 서둘러라”

"금리인하 너무 이르면 물가·환율·가계부채·집값 불안" "너무 늦으면 내수 회복세 약화·부동산PF발 금융불안"

2024-05-30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는 국내외 중앙은행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행이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정책 결정 원칙까지 인용하며 통화 정책 전환(피벗)의 시의적절성을 강조했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 박영환 팀장·성현구 과장은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 물가·환율·가계부채·경기·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상충적 위험 요소들이 많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피벗이 너무 늦을 경우와 이를 경우 각각의 리스크를 설명했다.  먼저 비펏이 이를 경우 주요 리스크로 △물가 목표(2%) 수렴 지연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 등을 들었다. 박 팀장·성 과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공급 측면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너무 이른 기조 전환이 이뤄지면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느려져 목표 수렴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처럼 국내외 외환시장의 경계가 고조된 상황에서는 내외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환율 변동성 확대는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일 뿐 아니라 자본 유출입,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등 금융 안정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계부채 역시 불안 요인이다. 이른 피벗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피벗이 너무 늦을 경우 수출·내수 간 차별화 심화, 금융시장 불안 등이 우려 요소다.  한은 분석 결과 수출 호조는 글로벌 IT(정보기술) 경기 등 대외 요인 덕이지만, 내수 부진에는 고금리·물가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긴축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 내수 회복세가 더 약해져 수출·내수 간 차이가 더 커지고 물가 상승률이 전망 경로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박 팀장·성 과장은 “2018∼2019년 사례처럼 국내 경기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동산PF 부실 확대로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