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한된 성장·미흡한 미래 대비…中企 한계에 맞춤 대응
규모 상향 기업 1.5% 불과…혁신 중소기업은 0.9% 수준 수출중소기업 50.2% “CBAM 인지 못 해”…CBAM 준비 기업 7.7% 중기부, 맞춤컨설팅·탄소 저감 설비 지원…탄소배출량 측정 SW도 개발
2025-05-30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규제 강화에 수출까지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이러한 대내외 환경 대응 여력이 부족해 정부의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권 중소기업은 5% 미만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규모가 상향된 기업도 전체의 1.5%에 불과해 중소기업 성장의 정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성과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미미한 수준이다. 중기부가 집계한 혁신 중소기업은 7.3만개로 전체 중 0.9%였다. 혁신 중소기업에는 3년 연속 20%의 매출성장을 이뤄낸 고성장 기업, 고도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벤처기업, 제조혁신 고도화를 이룬 기업 등이 포함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혁신형 중소기업의 등장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전체 혁신기업 중 업력 5년 이하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2.5%였다. 이는 전체 중소기업 중 업력 5년 이하 기업이 50.3에 이른 것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즉, 새롭게 등장하는 혁신형 중소기업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자국을 위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ESG 및 EU의 CBAM 강화 등으로 수출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대상국이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등에 편중돼 있는 걸 감안하면 외부 충격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 간담회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지 대기업들의 2차, 3차 협력사로 해외 진출 중인 중소기업도 많다”면서 “반면 대내외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정부 정책이 현장의 모든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젠 글로벌 역량을 갖춘 기업이 아니고서는 해외 진출과 수출을 이루기 어려운 만큼,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 재화, 기술 모든 면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매년 증가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예산은 지난 2021년 29.1조원에서 지난해 32.5조원까지 늘었다. 이 같은 지원 확대는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체기업 대비 1.3배 수준이며, 창업기업 생존율은 미지원기업의 2.1배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정책의 절반 이상인 55%가 소수 기업을 지원하는 100억원 미만 소액 사업이었다. 민간·시장 역량을 활용하지 못한 관행적 지원, 미흡한 현장 수요 반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달 중소기업 생태계 전반에 혁신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를 담아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미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우주·항공, 양자기술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혁신 기업을 육성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책도 마련했다. 수출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ESG와 CBAM 대응책을 마련해 우리 중소기업이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 수출중소기업의 CBAM 대응 준비는 저조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중소기업의 CBAM 인지수준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기업 중 50.2%, EU수출기업 중 46.8%가 CBAM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CBAM 대응 준비가 된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7.7%였으며, 이는 CBAM 대상 품목인 EU수출기업의 4.8%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응답기업 중 76.0%는 CBAM이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했으며, 이 중 88.9%는 부정적 영향을 전망했다. 실제로 수출중소기업 5곳 중 1곳이 CBAM 시행에 따른 탄소배출량 측정 및 보고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었다. 우리 수출중소기업의 미흡한 CBAM 준비에는 비용부담과 정보부족이 주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영향권 내 기업의 경우에는 탄소배출량 측정·보고 애로가 가장 심각했다. 이러한 현실에 따라 현장에서 가장 요구하는 CBAM 대응 정책으로는 기업별 맞춤컨설팅, 탄소저감 시설지원, 실무 매뉴얼 마련 등이 꼽혔다. 현장의 목소리에 중기부는 수출 상위 중소기업에 CBAM 컨설팅, 탄소저감 설비, 국제인증 획득 등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 측정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탄소배출량 산업 소프트웨어를 개발·보급해 자생적으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탄소저감용 설비 구축 등을 위해 대출을 희망할 경우 기술보증기금과 민간은행이 협업해 우대보증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