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인 테러'에 몸살···독일서 또 야당 의원 폭행 발생
독일 지난해 '정치적 동기 범죄' 최다건수 갱신 '극우 주장' 경각심↑···AfD, 유럽의회 교섭단체 퇴출되기도
2025-06-02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오늘 6~9일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제10대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유럽 각지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며 폭력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독일의 기독민주당(CDU) 소속 로데리히 키제베터(60) 연방하원 의원이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알렌의 유세장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에게 주먹으로 맞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인물은 키제베터 의원을 '전쟁 선동자'라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연방군 대령 출신인 키제베터 의원은 군비 증강을 주장해왔다. 독일에서는 최근 정치인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 전날에는 미하엘 스튀르첸베르거 전 자유당 대표가 반이슬람 활동을 벌이다 괴한의 칼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4일에는 SPD 소속 마티아스 에케 유럽의회 의원이 괴한 4명에게 폭행당해 안와골절상을 입었고, 같은 달 8일에는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경제장관이 뒤에서 날아온 가방에 맞아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이러한 극단주의적 정치 양상은 독일뿐만 아니다. 지난달 15일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에서 피격 당해 중상을 입었다. 피초 총리는 4시간가량의 수술 끝에 간신히 생명이 위험한 상황을 벗어난 바 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지난달 21일 정치적 동기 범죄가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정치적 동기 범죄는 전년대비 1.9% 증가한 6만 28건으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다 건수이자 동년 대비 무려 10배나 증가한 수치다. 우익 이념으로 인한 범죄는 1년 새 23.2% 증가한 2만8945건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좌익의 경우에는 7777건, 이민자 혐오 범죄는 5170건이었다. 종교혐오 범죄는 가자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1년 새 203.1% 증가한 2만8495건이었다. 홀거 뮌히 BKA 국장은 "일부 집단의 급진화 경향이 국가 체제와 공권력의 정당성 부정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사회 평화를 위협하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단주의적 범죄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높아졌다. 유럽의회 내 극우 성향의 정치그룹(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지난달 23일 '나치 옹호'로 물의를 일으킨 독일대안당(AfD) 소속 유럽의회 의원 9명을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은 지난 18일 이탈리아 일간 인터뷰에서 "친위대 제복을 입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범죄자라고 말하지는 않겠다"며 나치 준군사조직인 친위대(SS) 복장을 입은 극우 세력을 옹호한 바 있다. AfD는 문제가 된 크라 의원의 제명만을 요청했으나, AfD 소속 정치인들이 지난 1월 이주민 수백만명의 추방을 논의한 비밀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것과 더불어 최근에는 중국·러시아 스파이가 소속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전체 제명을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