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융‧노동 등 이중고…“맞춤형 정책으로 활력소 제고 필요”

중처법 50인 미만 기업 적용과 대출잔액으로 부담 가중 단순 비용 지원 넘어 외풍에도 자생 가능한 여력 키워야

2025-06-03     신승엽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금융‧노동 정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맞춤형 지원책이 요구된다.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사업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과 최저임금 상승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늘어난 빚 때문에 사업장 운영이 악화되고 있어 각종 비용에 더욱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도 대출잔액과 비용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폐업에 맞춤형 긴급 정책 수혈로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계속해서 중처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처법은 사업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제도 대상에 포함됐다. 중소기업계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제도를 이행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제도 도입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복합 위기 상황도 극복하지 못했다. 중처법까지 시행될 경우 더욱 경영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물가상승 등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소비침체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 발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으로 대응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 중처법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단체 9곳과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을 둔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참여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처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징벌적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며 “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근로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반 시 폐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징벌적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중처법 관련 비용 확보가 절실한 가운데, 경영여건은 악화되는 추세다. 은행권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합한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796조455억원으로 전월 말(785조1515억원) 대비 1.4%(10조89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월 말(729조779억원)과 비교하면 10.5%(75조9676억원) 늘었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체한 기업도 많았다. 중소기업대출연체율은 0.61%로 전년 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0.48%)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최대 관심사는 최저임금이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임금을 더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335만959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는 1112조7400억원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사업자대출)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정비가 오를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시작됐고, 사용자와 노동자 측의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적절한 합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설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시점에 일부 체인점은 문을 닫았고, 그간 발생한 빚을 갚는 단계”라며 “현재 본점에서 채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결국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들의 임금도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의 지불능력은 뒷전으로 내몰고, 노동자의 임금 상승만 추구하면 자영업자는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정부와 국회의 현실성 있는 정책 마련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간접적인 금융지원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제도적 변화에 차근차근 대응할 수 있는 체질변화를 지원해야 현장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계속되는 대출잔액 상환유예도 현장의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경제 위기도 대외 상황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내수 경쟁력을 더욱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경제 위기는 외부 환경에서 비롯된 만큼, 국내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지만,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제조혁신과 소상공인의 디지털화 등의 대책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 산업에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모두 내수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해야 한다.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 경제 활력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