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부동산PF의 한 축인 증권사들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PF 잔액이 다른 금융권보다 작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놨기 때문에 향후 리스크도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연체율이 꿈틀거리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은행이 46.1조원, 보험 42조원, 여신전문 25.8조원 그리고 증권사 7.8조원으로,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은행이나 보험사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PF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PF대출 잔액은 7.8조원으로 집계됐지만, 장부에 표시되지 않은 지급보증 등의 규모가 18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보면 대출금과 지급보증을 합한 총 익스포저 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부동산PF 관련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증권사 PF 연체율이 지난해 말 기준 13.7%로, 은행(0.4%)과 보험(1.0%)는 물론 여전사(4.7%), 저축은행(6.9%)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연체율의 경우 프로젝트의 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증권사의 연체율이 타 금융기관보다 이렇게 높은 이유는 그만큼 우량 프로젝트를 타 금융기관에 뺏기고 차 순위로 밀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저 26조원에 13.7%의 연체율을 적용해보면 3조5600억원의 연체 가능 규모가 추산된다. 대형증권사들의 연간 순이익이 3000~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1분기 실적 시즌 속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록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시장 기대감을 키운 것과 달리 증권사들의 신용도는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하반기에도 신용 등급이 추가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해서다.
실제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A(부정적)’, ‘A-(부정적)’으로 책정한 것을 시작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곳이 등장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