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F 정상화’ 본격시동…잇단 지원책에도 시장선 ‘불안심리 여전’
연착륙 해법 찾는 정부...고금리에 연체율 리스크 지속 "시행사 자본요건, 용도별·단계별로 세분화·강화해야"
2025-06-03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부동산 PF 위기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뼈를 깎는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부동사 PF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국내 부동산 PF 관련 위기설은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끊이지 않으며,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위기의 진원지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2011년 부동산 PF발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 중인 상황에서 블룸버그는 올해 4월과 5월 한국 부동산 PF 부실이 가져올 경제 및 금융 시장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3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를 통한 연착륙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PF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PF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시장참여자의 책임 있는 자세와 옥석 가리기를 위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PF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발생 가능한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부동산 PF는 담보를 따로 확보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사는 개발 계획부터 프로젝트 사업성을 엄격히 심사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고위험·고수익’ 성격을 지닌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등이 브리지론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했으며, 증권사는 유동화증권 발행 등으로 추가 수익원을 마련하되 지급보증을 한다. 2023년 말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잔액은 42.8조 원으로 이 중 74%가 PF-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단기물로 구성돼 차환 발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매입 약정 등을 체결한 증권사가 이를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금융권이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결과 2020년 92.5조 원이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3년 135.6조 원으로 3년 만에 46.6% 증가했다. 금융권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2023년 말 2.7%로 높아졌다. 한편 2022년 하반기 이후 불거진 부동산 PF 문제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정부는 다각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50조 원+α 프로그램’을 통해 건설사·증권사의 유동성 불안을 완화하고, 양호한 사업장에 대해 사업자 보증 확대 등 자금을 공급했다. 2023년 3월 이후 ‘PF 대주단 협약’에 따른 사업 정상화 지원과 건설사·PF 사업장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 외 사업장별 PF 채권 인수와 사업·자금 구조 재편을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5개 위탁운용사와 공동으로 총 1조 원 규모의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캠코펀드)’를 조성·운영했다. 그러나 향후 상당 기간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 중이며, 사업성이 낮아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자에 대한 정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13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가 이루어지도록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이에 따른 정상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 강화와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 및 정리 방안을 추가로 마련했다. 한편 정상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과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도 병행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브리지론의 본 PF 전환에 대해 PF 사업장 보증을 확대하고, 비주택 PF 사업장을 대상으로는 PF 사업자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금융 회사가 부실 사업장에 신규 자금 지원 시 한시적으로 자산 건전성 분류를 ‘정상’까지 분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한시적 규제 완화를 비롯해 PF 사업장 매각 및 신디케이트론 지원 등으로 인한 손실 발생 시 금융 회사 임직원 면책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행사 자본요건을 용도별·단계별 리스크에 따라 세분화·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캠코연구원 금융자산연구팀이 최근 발간한 '부동산 PF 현황 분석 및 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근본적인 PF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시행사 자본요건을 PF 세부 리스크에 따른 실질 위험을 고려해 세분화하고 시행사의 책임 부담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단계별(브릿지론·본PF), 용도별(주거용·비주거용), 지역별(수도권·지방) 리스크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시행사 자본요건을 현실화·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PF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5~10%의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본PF 자금으로 토지 매입자금을 상환한다. 본PF 자금은 입주자들이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한 돈으로 갚는다. 이에 비해 미국은 시행사가 GP(업무집행조합원) 역할, 투자자가 LP(유한책임조합원)로 참여하는 유한책임회사를 구성해 총사업비의 20~30%를 마련한다. 이후 별도의 투자자금을 유치해 토지 매입자금을 상환하고 건설자금만 조달하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는 PF 사업성 평가를 정밀화함으로써 시공사의 신용도 대신에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자체의 미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