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건설사 대출 증가액 1년 새 2조원 육박…PF 정상화에 촉각
지난해 대출 채권 17조1509억원...전년 比1.9조원 ↑ “고금리, 원가 상승 등 비용 부담 증가...재무 위험 확산”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지난해 시중 4대 은행의 건설업계 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속되는 고금리 환경에 공사 원가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연체율도 크게 올랐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건설업종 대출 채권 잔액은 17조1509억원으로 2022년 말(15조2657억원)보다 1조8852억원(12.35%) 불어 났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5조8408억원으로 그 규모가 가장 컸다. 이후 △국민은행(4조2310억원) △신한은행(3조3950억원) △우리은행(3조682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건설업 대출 채권이 증가하면서 대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지면 건설업종 내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건설업 연체율은 0.78%로 지난해 같은 기간(0.37%)의 2배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분기 말 0.28%에 그쳤던 건설업 연체율이 올해 1분기 말 1.18%로 급등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0.28%에서 1.13%로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은 0.26%에서 0.41%로 올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일부 건설사 등의 워크아웃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1년 새 채권 규모가 2조 가까이 늘어 나고 채권의 질도 떨어진 데에는 지속되는 고금리 환경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린 뒤 지금까지 10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치솟는 대내·외 물가가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2.8%까지 잠시 내려왔다가, 지난 2·3월에는 3.1%로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0%)에 견줘 1%포인트 이상 높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건설업계와의 제2차 간담회에서 “모두가 알다시피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부동산 PF의 재구조화 또는 정리는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를 계속 미루면 규모가 큰 건설사조차도 앞으로 감당하기 곤란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한 부실 정리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