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법’ 7월 시행… 금융권 대응 분주

'책무구조도' 골자로 금융사 임원별 금융사고 책임 강화 사고 시 CEO 처벌도 가능… '금융판 중대재해법' 될까

2024-06-03     최재원 기자
김주현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금융사 내부통제를 주문하는 가운데 다음달부터 금융사의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담은 법안이 시행된다. 이 경우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의 처벌도 가능해 진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책무구조도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문서화한 것이다. 금융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한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가 마련해야 하며, 책무구조도 대상은 이사‧감사‧업무집행책임자 등 지배구조법상 ‘임원’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임원들은 본인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으며 내부통제 기준이 적정하게 마련됐는지, 효과적으로 운영 및 집행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만일 문제가 생길 시에는 CEO나 은행장, 담당 임원 등에게 책임을 물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책임성 있는 내부 통제 제도의 운영을 위해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의 감시 역할을 강화하고 금융사 개별 임원에게 소관 업무 영역별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와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부여하는 게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으며 내년 1월 3일까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도록 했다. 증권사의 경우 자산총액 5조원·운용자산 20조원 이상 대형사는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그 외 증권사는 오는 2026년 7월 내 제출하도록 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국내에서는 처음인 만큼 금융사들은 금융당국과 다양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면서 준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의 책무구조도 작성을 모두 마치고 다른 계열사들도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있으며, KB금융그룹도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책무구조도 작성 등 내부통제 제도개선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TF를 구성해 외부 컨설팅 업체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 작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실효성 있는 책무구조도가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진행된 은행장 간담회에서 “책무구조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번 홍콩 ELS 사태에 책무구조도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책무구조도가 법령에 따라 마지못해 도입하는 게 아니라 내부통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도록 많은 고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금융업계에 적용되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관해 금융회사들의 법규준수 유도를 위해 적발과 처벌이 현저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행동경제학으로 살펴본 금융회사의 법규 준수’ 보고서에서 “금융회사 구성원은 현재편향, 과신, 부각효과 등으로 인해 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이나 확률을 판단할 때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법규 위반 적발과 처벌에 대한 금융사의 편향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적발과 처벌을 눈에 띄고 생생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