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결정 변수로…레미콘 운송비 협상 ‘폭풍전야’

경기지노위, 믹서트럭 기사에 근로자 지위 없다고 판단 집단행동 가능성 배제 어려워…납득 가능한 인상안 필요

2025-06-04     신승엽 기자
수도권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노동당국이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 노조 인정을 거부하면서, 레미콘 운송비 협상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근로자보다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특성을 가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운송비 협상이 코앞까지 다가온 만큼, 이번 결정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운송비 협상 지위를 잃은 믹서트럭 기사들의 향후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는 지난달 13일 레미콘운송노조가 경기지역의 레미콘 회사 111곳을 대상으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회사)는 노조로부터 교섭요구를 받았을 때, 근로자들이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 이번 판단은 레미콘 운송노조의 결정에서 비롯됐다. 레미콘운송노조는 레미콘 회사들에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각 업체는 교섭요구 관련 공고를 진행하지 않았다. 레미콘운송노조는 경기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했지만,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지난 2006년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결정이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할 계획이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대부분 한 회사의 물량을 오랜기간 운송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 레미콘 트럭의 85.9%(작년 기준)는 레미콘 운송 개인사업자가 운행한다. 이들은 본인 명의의 레미콘 트럭을 갖고, 제조사들과 도급계약을 맺어 레미콘을 운반한다. 자신이 소유한 차량에 기사를 고용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동시에 여러 차량을 가진 기사도 존재한다.  해당 상황은 운송비 협상을 앞두고 이뤄졌다. 통상 레미콘업계와 믹서트럭 기사들은 1~2년에 한 번씩 운송비 협상을 진행한다. 이전 협상은 2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성립됐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지난달 각 업체에 운송비 인상 공문을 발송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악재가 발생한 상황이다.  당초 업계는 무리한 운송비 인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인상은 피할 수 없지만, 업체들의 지불능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골재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폭보다 레미콘 납품단가 상승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수도권 레미콘업체 대표들과 건설자재협의회는 지난 1월 7차 납품단가 협상에서 1㎥(세제곱미터)당 5000원 인상안에 합의했다. 수도권 납품단가는 8만8700원에서 9만3700원으로 5.6% 올랐다. 반면 제조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한 시멘트 가격은 작년 11월부터 t당 7% 가량 올랐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기지노위의 판단으로 믹서트럭 기사들은 파업 명분을 잃었지만, 집단행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납득 가능한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할 경우, 각 업체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