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vs 정부안… "뭣이 중한디?"
2025-06-04 김수현 기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론 전세가격이 떨어져서 전세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는 역전세를 전세사기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전세채권을 받지 못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기망의 의도가 있었던 없었던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으니 심리적 사기라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급조된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전세사기를 막지도 못했고 피해자들을 구하지도 못했다. 누구를 위한 특별법인지 묻고 싶다. 특별법의 효과가 낮은 이유는 피해자의 미 반환 전세채권을 회수가 어렵고 사기예방에도 그닥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받지 못해 인질이 된 집을 우선 매수하라고 하는데 선순위 채권을 떠 안으면서 매수할 피해자가 얼마나 될까? LH는 매입한 후 임대로 거주할 수 있게 해주겠는 ‘매입임대’를 추친하고 있지만, 실제 LH가 매입에 성공한 주택은 별로 없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피 같은 내 전세금 받고 싶다’라는 마음뿐이다. 국가가 먼저 전세금 일부라도 주고 나서 피해 집을 경매로 넘겨 회수하라는 것인데 현실은 산 넘어 산이다. 야당은 먼저 피해자들이 원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내 놓았다.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구매해 현금을 입금해줌으로써 피해자들의 숨통을 틔우게 해주자는 것이다.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문제는 있다. 전세보증금 일부라는 것이 모호하고 보증금 반환 채권이 피해자 각각 달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또 청약통장 납입금액인 주택도시기기금을 임대 및 공공주택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사기변제로 사용할 경우 고갈되는 기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선 지급 후 사기를 한 임대인에게 반환 청구를 한다고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경매로 넘긴다고 하지만 남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니 다른 사기피해자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의견도 나온다. 그래서 정부는 야당이 개정안을 반대하면서 새로운 정부안을 내 놓았다. LH가 감정가격보다 낮게 낙찰 받는 경우 낙찰 차익의 일부를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위반건축물 등 하자가 있더라도 적극 매입하는 것이다. 이 역시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야당안이 맞다, 여당안이 맞다 이런 이분법적 판단은 의미가 없다. 미래세대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호하게 전세보증금 일부라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최우선 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분들에 한해서는 그에 준하는 금액을 선 지급해야 한다. 또 주택도시기금이 문제라면 교육예산 등 남아도는 예산을 출산이나 전세사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안전한 계약시스템을 구축하고 2주택 이상 갭 투자를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전세금의 30%이상을 기관에 강제 적립해 두도록 해 향후 문제 발생 시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될 수 있게 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야당안과 여당안을 함께 묶어서 문제점은 보완하고 추가할 것은 추가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이 22대 국회 최우선 법안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