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블랙컨슈머’ 매뉴얼 대응…직원 인권 ‘중요’
폭언, 손찌검에 “신고하겠습니다”…SNS 허위사실 유포에 여전히 속수무책
2014-03-19 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폭언을 퍼붓거나, 무조건 교환·환불을 요구하는 악성 고객(블랙컨슈머)에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 타격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는 데다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인권도 크게 훼손되고 있어 유통업계가 매뉴얼 대응을 통해 블랙컨슈머 ‘차단’에 나섰다.19일 업계에 따르면 NS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상담사들을 상대로 성희롱, 폭언, 모욕 등의 임권침해 행동을 한 고객이 추후 상담사들과 통화할 수 없는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NS홈쇼핑의 조사에 따르면 인신공격, 폭언 등을 일삼는 고객의 전화건수가 월 평균 300여 건에 달한다. 더구나 습관적으로 상품주문 후 사은품 등 이득을 취한 후 본품만 반품하거나 대량주문 후 취소하는 고객만 해도 월 평균 수천 건을 기록하고 있다.이에 NS홈쇼핑 측은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해 상습적인 악성 고객에 대해 ARS 안내멘트를 통해 상담사와 ‘통화 불가’를 안내하고 있다. 성희롱, 폭언, 협박 등을 일삼는 고객은 법적 조치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김기환 NS홈쇼핑 콜센터 담당 본부장은 “상담사들이 악성 고객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며 “화이트 시스템을 통해 블랙컨슈머의 감정노동자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적극적으로 악성 고객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은 전국 매장의 판매 사원에게 폭언이나 난동을 부리는 등의 악성 고객 대응 요령을 담은 행동 매뉴얼을 배포한 바 있다.배포한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악성 고객을 응대할 때 먼저 고객을 진정시키며, 고객이 욕설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고객님 그런 말씀은 형법 제311조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등으로 경고한다. 이후에도 고객의 행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말 이 매뉴얼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현대백화점은 앞선 지난해 5월 전화 상담 직원들을 위해 상대방이 욕설하기 시작하면 상담을 종료하라는 지침을 전달해 폭언 전화를 70% 이상 줄이기도 했다.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은 사회적인 에너지 낭비며 이에 정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반면,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악성 고객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을 내놓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고 있지만 악성 고객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대응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손님은 왕’이라는 서비스 마인드를 내세워 원하는 보상을 얻을 때까지 억지를 부리거나 생떼를 쓰는 것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허위사실 유포로 기업 이미지 훼손도 서슴지 않게 행하고 있다는 것.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기업 이미지 훼손을 고의적으로 노리는 블랙컨슈머에 기업들이 홍역을 앓고 있다”며 “정당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들과 가려내기 어려워 기업과 고객 모두 피해가 계속 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