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HBM 주도권 뺏긴 삼성전자…반도체 '대위기'

HBM 주도권 SK하이닉스에 뺏겨…경쟁력 악화 전국삼성전자노조 파업 예고…공장 중단 위기설

2024-06-04     박지성 기자
삼성전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기며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 등 내부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사업에 위기가 불어닥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을 잡지 못한 것과 더불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1위지만, HBM 시장 주도권은 10년 전부터 HBM에 적극적으로 '베팅'해온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로 격차가 있는 편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연산작업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지난 3월에는 5세대 HBM인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TSMC(61.2%)와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이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아직 위기를 극복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아울러 최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HBM의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의 문제로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반박하며 HBM과 관련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초격차 경쟁력 복원을 위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확대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기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