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 특검'에 與 '김정숙 특검' 맞불…국회 통과는 미지수
윤상현, 지난 3일 '김정숙 종합 특검법' 발의 야권·여당 일부 비판…여소야대 구도도 불리
2024-06-04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당이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맞서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검법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정숙 종합 특검법'을 발의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대납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데다,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인 만큼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3일 김정숙 여사의 과거 인도 방문과 의상·장신구 등 사치품 구매 관련 특활비 논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진상조사, 실체 규명을 위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총망라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들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김정숙 종합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가 수많은 비위를 저질렀다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왔다"며 관련 의혹들을 열거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김정숙 여사 의혹은 △김정숙 여사의 호화 외유성 순방과 관련된 배임 및 직권남용 의혹 △의상 및 장신구 등 사치품 구매 관련 특수할동비 사용 및 국정원 대납 의혹 △단골 디자이너 딸의 부정 채용 비위와 특수활동비 처리 의혹 등이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는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해선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첫 배우자 단독 외교'라고 표현했지만, 셀프 초청, 혈세 관광, 버킷리스트 외유였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별검사 임명을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대통령 재임 중 배우자 비위와 관련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숙 특검법 발의는 앞서 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응하기 위한 맞불 성격으로 보인다. 앞서 '반윤(반윤석열) 검사' 출신인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수사할 특검 도입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이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하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즉각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힘의 정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치졸하기 짝이 없는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지난 3일 "이걸 특검을 할 필요가 있나"라며 "정말로 김정숙 여사 특검법 받을 테니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여당 내에서도 미온적인 반응이다. 이양수 의원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김정숙 여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특검으로 과연 가져가는 게 좋냐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3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우리가 지금 여당이고, 자료들도 다 외교부에 있을 텐데 그거(특검법)를 내놓는 게 국민들 눈에 타당한 대응으로 보일지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여야 모두 김정숙 특검법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만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여당 지도부 역시 김정숙 특검 추진에 회의적인 반응이어서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 성일종 사무총장은 윤 의원이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한 지난 3일 오후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바로 특검을 간다고 하면 민주당이 가자고 하는 논리하고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