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남북 군사적 긴장감 고조
국무회의 심의·의결 후 尹 대통령 재가 2018년 체결 6년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 민주 "정권 위기 모면 위한 나쁜 대책"
2025-06-04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이를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했다. 이에 지난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훈련 등이 가능해졌다. 북한의 도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야당은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 정권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연 국무회의에서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9·19 군사합의는 6년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한 총리는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며 "정부는 우방국과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와 같은 국지적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파기 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고 전했다. 군은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에 따른 후속 조치 준비가 다 끝났다고 밝혔다.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 동석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군은 임무가 부여되면 즉각 가능하도록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접경지역 국민 불안에 대해서는 ‘즉강끝(즉시·강력하게·끝까지)' 응징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합의가 효력 정지가 되면 작전의 융통성이 많아지고 군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며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할 수도 있다. 많은 부분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군사합의 이후 중단돼 철수된 대북 확성기에 대해선 ”장비로서 관리하고 있고 정비 유지해 오고 있다. 즉각 운용에 제한은 없다“며 바로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야당은 폐기나 다름없는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배경에 오물 풍선과 같은 안보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제 해결보다는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 정권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쁜 대책"이라며 "오물 풍선을 보낸 북한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윤석열 정부 대응은 정말 유치하고 졸렬하다"고 지적했다. 또 "강 대 강 대결로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는 게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군사합의를 파기해서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안보 참사를 덮으려 9·19 군사합의를 때리지 말라"며 "오물 풍선 살포 등 북한의 무차별 도발에 무방비, 무대책으로 안보 참사를 내더니 이를 덮기 위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야당의 비판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은 합의 체결 이래 수천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규모로 합의를 위반했다"며 "야당은 북한의 수천 번에 걸친 위반에 대해서는 생색용 비판에 그치고 정부의 몇 차례 단호한 조치에 대해서는 적대국 대하듯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 안전에 위협이 오면 즉시 대응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라고 했다, 9·19일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남북 간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상 평화수역화 등을 포함한다.북한이 지난해 11월 해당 합의 파기를 주장하자,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