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재용의 위기’…삼성 ‘노조·사법’ 리스크 직면
이달 7일 파업 시작으로 쟁의 본격화 예고 검찰, 이재용 항소심서 새 증거 2천건 제출 "이재용 회장 결단으로 문제 돌파해 나가야"
2025-06-04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재용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메모리 1위 삼성이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데다 노동조합이 사상 첫 파업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계(視界) 확보에 난항을 빚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한 지 4년 만에 사상 초유의 파업을 맞게 됐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7일 조합원 단체 연차 사용을 시작으로 쟁의 본격화를 예고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직원이 정당한 보상을 못 받고 있어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경영 위기 요인은 노조 리스크가 아니고 경영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문화행사에서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정현호 부회장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전삼노의 잇단 단체 행동에서 이재용 회장이 아닌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주로 언급되는 데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무노조 경영 폐지를 직접 선언한 건 이 회장인데 전삼노가 주장하는 정 부회장의 '노조 무력화 시도'는 앞뒤가 다른 처사이기 때문이다. 사업지원TF는 과거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그룹의 주요 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삼노 파업이 가뜩이나 고전 중인 반도체 사업에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셧다운' 가능성 자체를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수장교체 이전부터 메모리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안팎으로 번지고 있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에선 후발주자다. 이 회장은 HBM을 비롯한 인공지능(AI) 역량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감의 또 다른 축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다.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이 지난달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 문을 열었다. 검찰이 적용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이 뒤집힐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1300여 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와 2000여 개의 증거를 제출,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전례없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이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만의 심도 있고 밀도 깊은 고민을 통해 전문경영인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시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물어보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위기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건 이재용 회장의 결단으로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며 "단지 식당에서 식판 들고 직원들과 친근하다는 소프트한 이미지만 강조할 게 아니라 파워 넘치게 결단해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