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전망 ‘오락가락’… 증시 실적·테마 따라 차별화장세

코스피 반등 성공했지만…FOMC 앞두고 긴장감 고조 2분기 실적도 변수..."오버슈팅 가능" vs "변동성 유발"

2025-06-09     이광표 기자
코스피가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투심을 짓눌러 온 물가 및 통화정책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오랜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5월 수출 호조가 이어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검증 실패 루머에서 벗어나고, 정부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이제 시선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5월 물가지표 발표에 쏠려있다. 두 이벤트가 증시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FOMC 회의 후 공개될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부응한다면 안도 랠리가 펼쳐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피는 2722.67로 전주보다 86.15포인트(3.26%) 올라 앞서 3주간 지속된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주(3~7일) 코스피는 현충일을 제외한 4거래일 중 하루를 빼고는 모두 1%가 넘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 주간 상승률에서 덴마크(4.32%)와 인도(3.6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정체와 미국 5월 제조업 지표 둔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안감이 다소 진정된 결과다. 이와 함께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말 4.6%대로 올랐다 지난주 한때 4.2%대로 떨어졌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7053억원, 1837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전주 대규모 매도 우위였던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서 8560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개발을 추진한다는 국정 브리핑 이후 관련주들이 급등하면서 전기가스업(6.85%)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덕분에 엔비디아향 HBM 검증 불발 우려를 털어낸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반도체주가 상승하고 이차전지주도 오랜만에 반등하면서 전기전자(5.63%)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의약품(5.32%), 운수창고(4.64%) 등 대다수 업종이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전주까지 외인 매수세가 몰린 기계(-2.67%)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했고, 건설업(-1.29%), 보험(-0.31%), 섬유의복(-0.28%)도 약세였다.  코스닥 지수는 866.18로 전주 대비 26.20포인트(3.11%) 오르면서 2주 연속 상승했다. 이번주 증시는 한국 시간 13일 새벽 공개될 6월 FOMC 회의 결과와 점도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6월 FOMC 회의를 전후해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과 물가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주가 6월 증시의 최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 주변에선 지난 3월 FOMC에서 연내 3회, 내년 3회로 예상됐던 금리인하 전망의 후퇴는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이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의 스탠스가 신중해지고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연내 1회로까지 점도표가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4월 말부터 최근까지 연내 금리인하 1회를 선반영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심리 진정을 넘어선 안도감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연구원은 "통화정책 안도감과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기대가 유입될 경우 코스피의 오버슈팅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며 코스피가 2830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금리인하 전망치는 1~2회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관건은 내년 3회 인하 전망이 유지될지 여부인데, 추가적 인하 폭 축소가 있을 경우 금융시장이 다소 실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점도표가 시장과 시각차를 드러낼 경우 조정 과정에서 변동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주 말(7일) 공개된 미국 5월 고용보고서는 이번 FOMC 회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7만2천명으로 시장 예상치(19만명)와 12개월간 평균 증가폭(23만2천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견조한 고용지표는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명분을 약화시킨다. 이로 인해 금리인하 기대가 급격히 후퇴하면서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으며,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다시 4.4%대로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도 급등했다. 6월 FOMC 이후 시장의 관심은 2분기 기업 실적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1분기의 실적 개선 흐름이 2분기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의 이익 증가율이 우수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환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실적 전망이 양호한 점이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2분기 어닝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 시장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