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 폐기된 K-칩스법에 반도체 업계 '한숨'
반도체 세액공제 6년 연장 좌초돼 전력망 수요 뛰는데 법 제정 '하세월'
2024-06-09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 나서고 있는 반면 K-반도체 지원·육성 법안들은 대거 좌초했다. 22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소야대 지형이 더 심화되고 여야 정쟁도 격화되고 있어 반도체를 비롯한 정부 주도의 산업계 지원 법안 처리가 제 때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경쟁국들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번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투자비와 연구개발(R&D)비 중 일부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투자 세액공제 특례가 올해 12월 31일자로 종료된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는 이를 2030년 12월 31일까지 6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일명 'K-칩스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계류되다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당시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은 "미국과 중국 등은 자국의 첨단전략산업 보호·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기한이 지나치게 짧아 장기적인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어 국내 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K-칩스법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국내 설비투자를 유인하기 위헤 시설투자비의 15~25%, 연구개발비의 30~50%를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올해 1분기만 보더라도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액은 11조3087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7388억원)보다 5699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조7480억원에서 2조9430억원으로 1조1950억원 증가했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그나마 있던 세액공제마저 일몰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여건 악화와 R&D 지연, 자본·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K-칩스법 등이 담긴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110대 입법과제'를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또 여당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놓은 '민생공감 531 패키지 법안'에 K-칩스법 등을 포함시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확보 등을 위해 추진됐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제정이 무산됐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국가 전력망 적기 건설에 필요한 전방위 건설 지원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범부처 차원의 사업추진 동력학보를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신설 근거가 담겼다. 또 행정절차 소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고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지원책을 법제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로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서는 10기가와트(GW)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수요다.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22대 국회서 재추진하고 지자체의 신속한 인·허가를 위해 정부·지역 간 협의체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최근 11차 전기본 실무안 브리핑에서 "11차 전기본의 성공 여부는 전력망 적기 확충에 달렸다"며 "22대 국회 초반에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