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당 '총선 참패' 책임자가 없다

2025-06-09     염재인 기자
정치경제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다음달 25일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 전당대회 개최일이 구체화하면서 당권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당권주자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총선 참패 여파에 친윤(친윤석열)계보다는 비윤(비윤석열)계·수도권 인사들이 눈에 띈다.

그중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바로 한 전 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현재 들어선 비상대책위원회의 임무는 총선 패배 수습과 전당대회 준비 등이다. 즉 현 비대위는 한 전 위원장의 뒤를 이을 당 대표 선출을 위해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인사가 유력 당권주자라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상가상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료해지고 있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민심과 당심 모두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등 출마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낙선자·당직자 등과 회동을 시작으로 정부의 해외 직구 규제 비판, 지구당 부활 주장 등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며 출마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심과 민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명백히 지난 총선의 책임자다. 물론 이번 총선 참패는 윤석열 정권에 뿔난 민심이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결과인 건 확실하다. 다만 총선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의 이른바 '운동권 심판론' 등 헛발질도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집권 여당으로서 총선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맞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커다란 패착이다.  여당은 이번 전당대회 성격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7월 전당대회는 다름 아닌 4·10 총선 참패를 추스르고 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국민이 회초리를 든 지 불과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책임이 선제 조건이 돼야 한다.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다시 당 대표에 출마한다? 국민이 바라는 여당의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