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 풍선 살포 재개…대통령실 "대북 확성기 설치, 방송 실시"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원회의 개최 "남북 간 긴장 고조 책임 전적으로 북한 측에"
2025-06-09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북한이 8일 만에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하자 대통령실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로 맞대응한 후 대북 확성기 방송까지 다시 시작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9일 오전 10시 30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오물풍선 재살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오늘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8일 만에 오물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지난 5월 31일 정부 입장을 통해 예고한 대로, 상응 조치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게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오물풍선 도발에 지난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회의, 3일 실무조정회의 등을 통해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감내하기 힘든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거론돼 왔다. 이후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남북 간 적대적 행위를 금지해 온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키며 접경 지역 군사 훈련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의 마지막 법적 족쇄를 풀어 놨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1963년부터 활용된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우리 가요를 틀거나 북한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2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시사하자 북한이 당일 국방성 담화를 통해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대북 확성기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띄우자 북한은 지난 8일 밤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부터 9일 오전 10시까지 330여개의 오물 풍선을 띄웠고, 이 가운데 80여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졌다. 합참은 "북한의 오물 풍선은 서풍 계열의 바람 영향으로 주로 경기 북부와 서울, 강원 북부에서 관측돼 군경이 이를 회수 중이고 충청도와 경상도 이남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없다"며 "동해에도 여러 개 낙하했고 북한지역으로 간 것도 있으며, 우리 측에서는 관측 범위를 벗어난 뒤 산악 지역과 바다에 떨어진 것도 다수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