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날의 AI…칼자루 없는 AI법

2024-06-10     오시내 기자
유통·중기부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인공지능(AI)을 간파했다고 생각한 순간, AI가 다시 한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AI면접이 도입되던 시기 목소리 톤, 눈빛, 제스처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이에 따른 공략법이 온라인을 달궜었다. AI를 이길 인간만의 방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을 요약해 논리구조와 간결성을 평가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AI가 자연어를 학습하고 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생각했던 예술 분야도 AI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AI커버 음원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I커버는 어떠한 곡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성을 입력해 마치 해당 가수가 그 곡을 부른 것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AI가 가수의 음색과 창법을 살려 새로운 버전의 곡을 만들어 낸다. 원곡자와 가수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에 저작권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생성형AI 일상화로 자동화 결정, 저작권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프론티어AI가 고개를 들고 있다. 프론티어AI는 범용AI, 생성형AI를 포괄한다. 고도의 성능과 높은 활용가능성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단점이 공존한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AI의 진화에 각국이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1년 4월 처음으로 AI 규제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다음해 10월 미국 역시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발표하며 대응책을 준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12월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AI기본법)이 발의되면서 AI 대응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2023년 10월,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행정명령에 서명하며 AI 규제가 공식화됐다. 올해 3월 13일엔 EU의회가 ‘인공지능법’을 통과시키며 본격적인 AI법 제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반면, 국내는 AI기본법이 제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AI산업 육성과 인권 보호라는 가치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AI가 국가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AI기본법이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등은 AI가 인간의 기본권을 해치지 못하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법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의견 모두 AI 관련 법에서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발행했다. 여기에는 AI법 제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사항이 담겨 있다. 일례로 △AI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AI 산업 발전 및 이용 활성화 △AI 위험과 이용자 보호 등이 있다. 이에 더해 각국의 AI 규제가 상이한 만큼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 국내 기업이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 AI로 인한 혼란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해선 기틀이 될 법이 필요하다. AI의 위험성을 어떻게 해결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선 기본권을 지키기도, 상이한 각국의 법에 대응하기도 힘들다. 원칙이 있어야 옳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AI법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 이번 국회가 AI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언제쯤 그 일이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