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 R&D강화·수출규제해소로 대응

歐美, 中견제 위해 제도 개편… 韓, 보호무역 대응 위해 규제 개선 나서

2024-06-10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자국 산업 보호조치에 나서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무역장벽이 높아졌다. 이에 정부가 국내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규제 전반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을 내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자국 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제도의 주요 표적은 중국이지만, 사실상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산업계도 주력하는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분야가 여기 포함된다. 따라서 국내사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일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의약품 공급망을 무기화할 것을 우려해 ‘미국서 유통되는 의약품은 자국 내 생산을 우선’하는 이니셔티브를 실시했다. 그 결과, 타국 기업도 미국 현지에서 제품 생산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현지 공장을 세울 역량을 갖췄거나 넓은 파트너망을 보유한 대기업과는 달리, 국내 및 중국에 생산 기반을 둔 한국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현지 내 중국 및 해외사의 영향력으로 부터 자국 바이오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기업의 규제 간소화 및 시장 접근속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바이오기술의 시장 출시 기간을 단축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승인을 위해 규제 단순화에 속도를 낸다. 중국의 시장 확대를 억제하는 것보단, 유럽 기업의 연구개발을 독려해 경쟁력을 키워가겠단 내용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국내 기업의 수출,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근본적인 체제 개편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동향과 통상환경에 대응하고,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그간 정부정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새롭게 발굴한다는 관점에서 재설계했다. 구체적으로,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혁신기업과 유망품목을 집중 발굴·육성한다. 또 제품 수출에만 초점을 뒀던 정책을 개편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까지 확장한다. 이를 위해 현지 시장조사, 법인설립 등 해외진출 전용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정책자금 운영방식도 개편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전략이 적중하려면, 국내외 외교 기조가 일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산업계는 어느 한쪽도 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양국이 다른 한쪽과의 관계를 끊도록 한국에 압력을 넣는다면, 기업의 경영 전략이 크게 선회할 수 밖에 없다. 이미 해외법인을 설립한 기업 입장에선 외교 갈등으로 하루아침에 사업 터전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주요국 동향에 대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다. 경기도의 S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보통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세계 시장의 정점인 미국에 수출한다. 기업 체질이 수출 위주로 굳어진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늘 끌어안아야 한다. 정부의 외교 역량이 이를 보완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