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中, '도용'서 '추월'로…K-배터리 비상
中, 2021년 차세대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81.3% 차지 K-배터리, 中에 무임승차 당하다 이제 추월까지 당할 판
2025-06-10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중·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핵심 특허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국내 업체들의 특허를 중국 업체들에 도용당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게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특허 보유 건수는 총 5만5741건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3만2564건, 삼성SDI는 2만1545건, SK온은 163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9.7%, 32.5% 늘어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오랜 기간 선도 역할을 해온 만큼 특허 보유 건수도 많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이 핵심 특허를 독점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 면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22년 기준 특허 출원 건수 기준으로 한국을 압도했으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은 차세대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건수 중 81.3%를 차지했다.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대부분의 차세대 배터리 세부 기술 분야에서 중국 출원 비중이 가장 높다.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특허 확보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특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들에 소송 및 경고 등을 통해 강경 대응하기로 하며 '특허 무임승차'에 칼을 빼들었다. 회사가 보유한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특허' 수는 1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 수만 해도 580건에 이른다. 지난달 12일에는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직원을 선발하는 '발명왕·출원왕 시상식'을 열었다. 지난해 한 해 연구개발(R&D) 분야에만 1조원 이상 투자했으며 매년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도 지난달 21일 임직원들의 특허 인식 제고와 특허 출원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 처음 'IP 페어'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특허의 중요성과 삼성SDI의 IP 전략 발표와 시상식이 진행됐다. 또 SDI연구소 내 특허 발명자와 특허 번호를 명판에 새긴 '패턴트 월(Patent Wall)'을 세우고 1년간 가장 우수하고 많은 발명을 한 ‘패턴트 챔피언’을 선정한다. 이런 제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특허 출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부문 신규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업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중국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IEP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기업의 R&D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의 연구실에도 막대한 연구비와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마저 배터리 관련 실험장비가 부족해 실험 재료를 들고 장비가 있는 곳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