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철도 지하화, 서울 부동산만 수혜?
채권 발행으로만 사업비 충당…떨어지는 사업성에 쉽게 도전 못해
2024-06-10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정부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사업 추진을 구체화함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중심 지역은 개발호재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재원 마련이 어려운 서울 및 수도권 외 지자체는 수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서울시 내에는 △경부 △경인 △경의 △경원 △경춘 △중앙선 6개 국가철도 노선 총 71.6km 위에 기차가 운행 중이다. 이중 도심 주요지역인 용산·구로·청량리·회기 등은 철도로 인해 불가능했던 지역 개발이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충당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특히 시는 지난 1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달인 2월에 ‘지상 철도 공간 개발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 발주 계획을 전했다. 향후 15개 자치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과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관련 사업을 발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 역시 철도 지하화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경기연구원과 철도지하화 사업 단기 정책 연구에 들어갔고 올 연말까지 도내 8개 일반철도 약 360㎞ 구간에 대한 사업 타당성과 주요 도심 개발 구상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 전철 4호선 한대앞역~초지역 5km 구간을 품은 안산시는 해당 구간의 경제성(B/C)이 1.5 이상으로 평가되자 선도사업 대상지 선정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주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과 함께 개발 이익 환수가 불투명해 사업 추진을 망설이고 있다. ‘철도지하화특별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정부 지원 없이 특수목적법인(SPC)에 채권을 발행한 후 개발 이익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투자 수요가 불확실한 지역의 지자체에게 막대한 지방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대구의 경우 서대구역에서 수성구 사월동까지 경부선 구간 20.3km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8조1000억원 상당의 사업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4월 열린 ‘철도지하화 추진협의체 출범식’에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수도권 개발 이익을 지방에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구세주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통합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업계획을 축소하거나 해당 사업을 시행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