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방까지 들어온 '배터리 특허 도둑'…"산업기술보호법, 선택 아닌 필수"
지난해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적발된 건수 23건…최근 5년내 최다 기업 각자도생으로 강경대응·라이선스 시장 구축 등 대응책 홀로 마련 근본적인 기술 유출 막으려면 법적 보완 필수…다각적 정부 대책 시급
2025-06-10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특허 기술 도용'은 전기차 캐즘과 함께 국내 배터리 업계가 겪는 이중고로 꼽힌다.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특허 침해를 구제할 법적·정책적 장치가 빈약해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 보안이 절실한 가운데 업계에선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계류됐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선 마련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임기종료를 하루 앞두고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해당 개정안은 국내 산업기술의 잦은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처벌 강화를 취지로 발의됐다.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유출 침해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통과시킨 후 같은해 12월 소위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뒤 본회의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해 법안 상정이 불발됐다. 배터리 업계는 기술 유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 불발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전략기술(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및 비밀 유출 △전략기술보유자(핵심인재)의 해외 동종업계 이직 및 재취업에 대한 제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이 해외 경쟁사 등으로부터 탈취당한 경우에 대한 지원 조항은 없거나 모호하다. 침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인지 따져봐야 하거나, 특허 분쟁 지원 제도도 중소·중견기업이 주 대상이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자체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수익 수취 체계를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4월 말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 대응을 예고한지 한 달여 만이다.헝가리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튤립 이노베이션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의 리튬이온배터리 기술 관련 특허를 통합해 새 라이선싱(특허사용 계약)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튤립은 LG에너지솔루션이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로열티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특허 관련 협상 및 소송을 대신 진행하는 기관이다.
삼성SDI는 특허 출원 장려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삼성SDI는 1983년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한 후 보상 기준을 다양화하면서 특허 출원 관련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례로 매분기 특허 관련 히든히어로를 선정하고 연말 ‘지식재산권(IP)부문 특별상’을 제정해 별도 시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특허 출원 장려 행사인 ‘IP 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