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출신 김영주와의 '불편한 동거'... 與 영등포갑 "지선 벌써부터 걱정"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시 '金 사람 공천' 우려 팽배 "金과 16년 싸워···갑자기 '엄마' 되면 받아들이겠나"

2024-06-12     이태훈 기자
김영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이 되면서 지역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영등포갑 국민의힘 인사들은 10년 넘게 자신들과 싸워온 김 전 부의장을 '수장'으로 모셔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은 또 김 전 부의장이 당협위원장으로서 다음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면 십수년간 지역을 지켜온 자신들이 밀려날 수 있다는 걱정도 갖고 있다.

11일 <매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4·10 총선 직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영등포갑 총선을 치른 김 전 부의장은 낙선 후에도 지역에 남아 당협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20년 넘게 민주당에 몸담으며 보수 정당과 부딪혀온 김 전 부의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지역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영등포갑 당협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김 전 부의장 본인이 당협위원장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며 "거의 (다음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시겠다는 건데,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는 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통상 당협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기초·광역의원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천에 대한 큰 기준은 중앙당에서 정하지만,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은 온전히 당협위원장 몫이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큰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기초·광역의원 공천은 당협위원장이 제시한 안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영주 당협위원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은 정치 인생 대부분을 민주당에서 보낸 김 전 부의장이 보수당 공천권을 행사하는 게 맞느냐고 지적한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본격 입문한 김 전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지냈다.

당협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차라리 떨어져도 '진짜 보수' 후보를 공천했어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하나씩 올라온 사람들이 당협위원장이 되어야 했다"며 "16년 동안 싸워왔던 사람을 갑자기 어느 날 아버지(중앙당)가 '오늘부터 네 엄마(당협위원장)다'라고 하면 받아들이겠느냐"고 성토했다.

총선에서 김 전 부의장을 전략공천한 중앙당에 대해서도 "윗분들이 바닥 민심을 왜 안 보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이 지역 사정도 모르고 (김 전 부의장을) 꽂아버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욕도 많이 한다"고 했다.

김 전 부의장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소위 '자기 사람'을 공천하면 자신들이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볼 수 있었다. 이미 김 전 부의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민주당 소속이었던 구의원 2명도 김 전 부의장을 따라 당적을 바꾼 상태다. 한 기초의원은 "벌써부터 (다음 지방선거에) 김 전 부의장 사람들이 여기 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그때는 무소속으로라도 나올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본지에 "영등포갑 기초의원 한 분이 연락을 주셔서 말씀을 들어봤는데 상당히 흔들리고 계시더라"며 "그분이 김 전 부의장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피력하셨다"고 전했다. 기자는 이에 대한 김 전 부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김 전 부의장은 4·10 총선 공천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자신이 민주당 현역의원 하위 평가 20%에 든 것을 확인하곤 "모멸감을 느낀다"며 탈당했다. 그러고는 약 2주 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권유를 받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당시 민주당에선 "당에서 혜택을 누릴 대로 누린 중진이 이럴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 전 부의장은 지난 총선에서 자신을 4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영등포갑에서 5선에 도전했지만, 채현일 민주당 후보에게 약 13%포인트 차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