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신문고]"韓, 첨단산업 보조금 정책 절실"

반도체 지원계획 나왔지만 보조금 빠진 건 한계 한경협 "주요국 지원 공세로 원가경쟁력 역전 위기"

2025-06-11     최은서 기자
경기도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첨단산업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국가들 사이에 대규모 지원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조금과 지원안을 내놓으며 자국 산업을 강화하고 첨단기술 격차 벌리기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반면 한국은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다 산업계 지원 법안들도 지난 국회에서 동력을 잃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반도체 등 핵심전략 산업에 직접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일명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미국은 530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보조금 등을 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보조금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64억달러)를 비롯해 인텔(85억달러), TSMC(66억달러), 마이크론(61억달러) 등 대기업에 지급이 확정됐대. 이 뿐 아니라 요건에 충족하는 자동차·이차전지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시행했다.  이에 맞서는 중국 역시 반도체 굴기의 일환으로 지난달 3440억위안(약 65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이는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으로 중앙정부와 중국공상은행을 포함한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 부터 자금을 모금해 조성한 것이다. 이번이 3차로 2015뇬 1차 1400억위안, 2019년 2차 2000억위안 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연구센터나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럽판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하는데 합의했다.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두배 확대하기 위해 430억유로(약 63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일본은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에 시설투자액의 3분의 1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민관 부문을 합해 642억달러 규모 반도체 산업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신흥국들도 가세해 인도는 지난 2월 인도 최초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한 100억달러 규모의 정부 기금 투자를 승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400억달러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 역시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아쉽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각 국의 보조금 경쟁이 불붙은 것과 달리 대부분 금융지원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직접 보조금은 빠져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욱이 21대 국회에서 반도체·2차전지 등 6가지 국가전략기술에 기업 설비 투자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K칩스법은 연장 법안이 통과하지 못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역시 국회 본회의 통과에 실패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지역 첨단산업 단지의 원활한 전력망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보조금과 인프라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에 6대 분야 총 110개 과제가 담긴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110대 입법과제'를 전달했다. 한경협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첨단산업의 자국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 보조금을 늘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보조금·인프라 지원을 앞세운 국가 차원의 경쟁으로 진화했다"며 "우리 기업들은 생산부문에 경쟁 우위가 있는데 주요국의 지원 공세로 원가경쟁력이 역전될 위기해 처한만큼, 정부가 원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보조금 정책 검토에 착수하고 필수 인프라 적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