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EU 보수우파 약진…산업계, ‘中견제구’ 반사이익 기대감
유럽의회 선거서 獨·佛·伊 등 주요국서 보수우파 활약 보수경향 차기 EU집행위, ‘역내 산업 보호’ 中 견제 강화 무협 “EU 中디리스킹 본격화, 韓산업 정책적 관심 높여야”
2025-06-11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유럽의회에서 보수우파 약진에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총선거에서 보수우파가 의석수를 대폭 늘리면서 중국 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다.
지난 6~9일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치러진 의회 총선거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의 보수우파 정당이 의석수를 상당 늘렸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은 총 720석 중 185석으로 다수를 지켰다. 각 나라별로 살펴보면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이 다수당 자리를 탈환해 소속 강경 우파 교섭단체 유럽보수와개혁(ECR) 의석을 73석으로 4석 늘리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의 정체성과민주주의(ID) 연합이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제명하고도 9석 늘어난 58석을 차지해 돌풍을 일으켰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우경화’ 흐름은 국내 산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보수우파 정당이 주도하는 유럽의 경제정책 또한 보수적 기조를 가져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국내 산업계가 반사이익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EU의회 선거 관련 정당 그룹별 주요 공약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적 경향의 차기 집행위·의회는 반발이 심한 농민과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그린딜의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역내 핵심 산업보호를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디리스킹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우리 수출기업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보고서는 그린딜의 법적인 틀이 마련된 만큼 차기 집행위는 이행에 집중할 예정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배터리 및 소재, 전기차, 히트펌프, 케이블 등 그린 산업 전반에 걸쳐 EU 현지에 다수 진출해 있어 정책적 수혜가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현실적 고려로 그린딜 추진에 속도 조절이 예상돼 기업 부담도 완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집행위가 배터리·반도체 등 우리 핵심 기업들의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 조치의 일부 유예를 검토하는 등 속도 조절도 이뤄지고 있다. 집행위가 역내 핵심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국 반보조금법·역외보조금 규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중국 기업과 경쟁 중인 국내 기업에는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연임에 나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現) 집행위원장도 극보수 정당그룹인 ECR과의 협력도 배제하지 않아 보수적 산업경제 정책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보수 정당과 연계할 경우 차기 집행위의 산업·무역정책에는 그린딜 추진에 회의적이고 자유로운 기업의 경영활동을 강조해 온 보수 정파의 의견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EU의 중국 산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EU와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한 잠정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이르면 오는 12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이 상품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우, 수입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보조금에 준해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다. 중국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리서치·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은 관세가 15~30%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EU의 관세 부과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EU가 말하는 과잉생산은 생산능력 과잉이 아니라 불안 과잉이며, 또 그들이 말하는 시장 왜곡은 사고방식 왜곡”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보복조치까지 동원해 EU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께부터 프랑스산 코냑과 유럽 여러 브랜디 증류주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EU산 폴리포름알데히드(POM) 혼성중합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EU의 우경화와 함께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국내 산업계의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여종욱 무협 브리쉘지부장은 “차기 의회 및 집행위의 역내 산업육성의 방향성이 명확해짐에 따라 EU의 그린·방위 산업 관련 밸류체인에 우리 기업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정책이 본격 시행될 전망으로 우리나라는 EU와의 우방국 지위를 공고히 다지며 EU 시장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