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매년 장마철 인명사고에 뒷북 대책 반복, 왜?

중앙 정부 차원, 중장기 대책·기준 마련 필요 시설 보완·설계 기준 강화···"공공 역할 중요"

2025-06-11     권한일 기자
지난해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매년 장마철 침수 등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중앙 정부 차원의 강력한 재난기반 시설 확충 노력과 상시 안전기준 마련 및 집행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참사를 비롯해 역대 최장 장마 피해(2020년), 서울 도림천 범람과 반지하 거주 일가족 사망(2022년), 포항 지하주차장 익사 사고(2022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 등 최근 장마철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기반 시설 확충이 해답이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실행이 더딘 실정이다. 한두 달의 장마 기간이 지나면 정부·지자체별 현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뒤늦게 발표된 대책조차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수해 대책의 예방적 실행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정기 점검 회의에 나섰다. 또 올해는 지난해 말 수립된 기후 위기 및 재난 대응 방안 추진 상황에 맞춰 관련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도시 침수 예측을 위한 디지털 기반 구축,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한 대형 인프라 구축, 지하차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이뤄졌다. 아울러 △도림천(서울) 도시침수예보 시범 △도시침수대응 시스템 시범 △한강권역 도시침수지도 제작 △지하차도별 담당자를 지정·운영 △지하차도 진입차단 시설 설치 등을 마쳤다. 특히 올해부터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도시침수방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침수피해방지사업 시행계획'을 수립할 때 강우량 증가 예측 등 관련 내용이 추가되고 전문기관의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에선 물 재해 상황실 등 도시침수관리 전담 조직의 설치·운영 요건이 마련됐고, 하천·하수도의 수위와 침수 범위 등 지자체에 제공하는 도시침수 예보 정보를 대폭 구체화했다. 전문가들은 치수 대책뿐 아니라 반지하 주택 등 폭우에 가장 취약한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수해 재난은 물막이판 등의 물리적 대책뿐 아니라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재난 행정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공간주거연구실 연구위원은 "반지하 주택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우선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상습 침수 반지하에 대한 전수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원칙적으로 반지하 주택 건축의 신규 허가를 제한하고, 침수 반지하 주택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공공 매입과 취약 계층을 위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