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치 싸움에 산업계 뒷전… “기업 위한 정치인 없다”

산업계, 22대 국회에 중처법·52시간근무제·유통법 개선 촉구

2025-06-12     이용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입법과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한없이 낮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제 단체들은 지난해 통과되지 못한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근무제, 유통산업발전법 등 산업계 주요 입법과제 개선책을 이번 22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22대 국회 중소기업 입법과제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조사’ 결과,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소기업 입법과제로는 응답 1순위 기준 △주 52시간 적용 유연화 등 근로시간제도 개선(38.9%),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방식 개선 및 의무 명확화(18.3%) 순이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여야의 의견 차이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요청했다. 해당 법안은 ‘새벽 온라인 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폐지’ 등 업계의 오랜 숙원을 담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도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소비심리 및 구매력 증진을 위한 입법활동 강화, 지역별 광역경제 구축 위한 지역 지원금 분배방식 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조정 및 온라인배송 허용 등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21대와 22대 국회의 여야 비율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올해 또한 기업계의 요구 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기업보단 노동자 권익 보호에 중점을 둔 야당이 22대 국회에서도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 관련법은 각 지역 표밭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통과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같은 사안에 대한 개선 요청은 작년에도 있었지만, 올해도 요구 수용 여부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중기중앙회는 국회의 경제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응답은 15.8%인 반면, ‘낮다’는 응답은 40.8%로 2.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권의 움직임이 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한 실정이다. 국회의 입법 활동 및 예산 결정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 3곳 중 1곳(매우 높음 9.8%+다소 높음 20.6%)이 ‘높다’고 응답했다. 정작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해외기업의 문제엔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현재 중국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에 유입되는 중이다. 이에 국내 제조사는 물론, 안전성 문제도 불거진 실정이다.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계는 정부가 개편한 연구개발 정책에 불만을 품은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 1순위로 '정책자금 등 금융지원 강화'를 꼽았다. 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연구개발 연구비용을 삭감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정치권이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또 산업계에 고학력 및 전문기술자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의대증원 정책이 사회 고질병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첨단산업계에 인재가 부족하단 업계의 요구에 따라, 첨단산업 인재혁신특별법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현재도 이공계 상위권 인재들이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의료계를 지망하는 형국이다. 이번 의대증원 정책으로 의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첨단산업을 지망하는 인재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치권도 모두 의대증원에 동의하고 있지만, 관련 사회현상을 해결할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중소 제약사 J사 관계자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한쪽을 ‘악’으로 상정한 것이 문제다. 한쪽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법안이 나오면, 다른 한편의 이익도 보완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쪽을 악당으로 몰아세우는 법안만 만드니 기업과 노동자의 싸움 구실만 자꾸 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