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종부세 완화 논란… “대안부터 마련해야”

윤석열 정부 이후 종부세 유명무실 재산세로 일원화 및 지자체 재정안정 검토 등

2024-06-12     김수현 기자
서울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상향하고 부동산 공시가격을 크게 내리면서 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이를 대신할 합리적인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과세율 대상자는 거의 사라진 모양새다. 귀속 종부세 납세 인원은 49만5000명, 결정세액은 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납세인원은 전년 128만3000명보다 61.4% 줄어든 것이고, 결정세액은 37.6% 감소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중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2022년 48만3454명 대비 99.5% 줄어들었다. 중과세액 규모는 2022년 1조8907억원 수준에서 95.1% 줄어든 920억원을 기록했다. 예컨대 25~27억원의 시세를 형성 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를 1주택자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면 지난 2022년 226만원 내던 종부세를 지난해에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정부는 현행 중과세율 과세표준을 △12억~25억원 2.0% △25~50억원 3.0% △50~94억원 4.0% △94억원 초과 5.0% 등을 최고 2.7%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는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정치권 및 일부 납세자들로부터 부담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줄곧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지난해에는 소득재분배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연구까지 나오면서 입법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산과세의 분포 특성과 재분배 효과'를 통해 “재산세 또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산한 재산 과세 전체적으로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마이너스의 방향성을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재산 과세가 분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고 실제 효과는 '제로'(0)로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종부세가 목표했던 자산 불평등과 투기 억제 등의 취지 살리는 대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충분한 국민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는 “자산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보유세는 자산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세금을 낼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집단에 대한 누진적 과세를 강화해 조세 정의를 확립하고, 재정 확보를 통해 사회복지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재원 마련을 위한 가능한 모든 대안을 열거해 보고, 그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도출해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혼란을 피하기 위해 종부세 내부에 충돌되는 개념들을 정리하는 등 조세정책 방향성과 취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산세로 일원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는 “종부세는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 두 가지의 정책 목표를 가지고 추진했는데, 두 개념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아 어느 한쪽에 중점을 두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라며 “종부세는 추구하는 목표나 방법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보유세는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이라는 종부세 기존 취지를 살리기 위해 종부세를 재산세로 일원화 하는 것이 현실화 된다면 고가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종부세 정비로 인한 세수 감소가 각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향후 제도 개선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종부세는 정부가 지방에 보내는 교부세의 주요 재원이기 때문이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08~2009년 종합부동산세개편과 취득세율 인하 등으로 지방소비세 도입과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이어진 바 있다“며 ”각 자자체는 향후 부동산 세제 개편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