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낯설고도 친밀한 인간의 지구 공동 생활자, ‘동물’
그 존재를 둘러싼 우리의 오만과 편견을 고발하다!
동물은 우리 삶에서 얼마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우리의 식탁에는 자주 달걀과 우유, 그리고 고기가 올라온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귀여운 동물과 신기한 동물이 범람한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 여가를 보내는 것까지 우리는 매 순간을 다양한 동물과 공유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고기를 먹으면서도 그 고기가 되는 동물의 일생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인간은 지극히 우리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먹고 사랑하고 죽이며, 그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과 감정은 철저히 소외된다. 인간은 동물과 다양한 관계를 동시다발적으로 맺고 있지만, 그것은 이토록 일방적이고 모순적이다.
이러한 모순적 관계에 관해 이 책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인가? 인간은 동물을 먹고 사랑하고 죽이며 이용할 권리가 있는가? 동물은 정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가? 종을 뛰어넘어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지구는 불가능한가? 동물에 관한 오해를 풀 실마리는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수의인문사회학이라는 학문의 ‘국내 1호 교수’인 천명선 교수는 오랜 시간 학계와 현장을 오가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바꾸는 일에 앞장섰다. 이 책에는 지난 10년간 강의를 통해 인문학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동물을 위한 목소리를 내며 느낀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천명선 교수는 인간 또한 생물학적으로 동물에 속하며 많은 동물이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 소통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아가 인간이 동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이용하고 있는 실태와 민낯을 밝히고,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감으로써 동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유구한 통념과 편견은 뒤집히고, 우리는 낯설고도 친밀한 동물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한다.
‘인간은 동물의 고통에 응답할 준비가 되었는가?’
소리 없는 고통에 공감하는 순간 드러나는 새로운 관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인류세’라고 불릴 만큼 인간의 영향력이 크다. 인간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인간이 앞장서서 동물과의 연대를 만들고 공존의 역사를 이어 가야지만 지구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동물 이슈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시작하는 1부는 인간-동물 관계의 역사를 통해 동물 없이는 발전할 수 없었던 인류 문명의 계보를 보여준다. 오랜 세월 인간과 동물은 서로 소통하며 살아남았고 눈부신 역사를 함께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인간이 그 공존의 역사를 잊었다.
2부에서는 역사를 잊은 인간이 어떻게 동물을 도구로만 이용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먹기 위해 축산동물을 만들고, 무분별한 개발로 멸종위기종을 만들고, 인류의 안전을 근거로 실험동물을 계획했다. 먹기 위해 죽이고 가두는 모순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어긋난 관계를 되돌아본다.
3부에서는 이 모순된 관계의 가장 큰 쟁점이자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동물의 고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다양한 과학 분야는 동물도 인간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인간 사회가 동물의 고통 역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에 대한 합의의 필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동물을 또 다른 지구 시민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 방법을 모색한다. 인간과 동물의 취약성이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며 인간과 동물의 고통을 함께 줄일 수 있는 미래의 복지에 대해 소개한다.
물론 이제 막 내디딘 첫발은 너무나도 미약하여 당장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함께 행복한 공존을 위한 해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편견을 지우고 가장 솔직한 시선으로, 존재하는 그대로 동물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동안 듣지 못한 동물들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우연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그 신호에 귀 기울이고 다정한 시선으로 응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공존의 싹이 움틀 것이다.
저자 천명선은 '모든 동물에게 다정한 사회를 꿈꾸는 수의학자'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인문학적 측면으로 다루는 수의인문사회학의 ‘국내 1호’ 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수의학과 보건학을 공부하고, 뮌헨 루드비히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수의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서 수의인문사회학을 통해 수의사에게 필요한 인문사회적 소양을 가르치며, 사회에 보탬이 되는 미래의 수의사를 길러내는 일에 매진 중이다.
동물 질병의 과학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며 우리 수의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그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 맺기를 둘러싼 인식 개선과 동물 보호 활동 등 학문을 넘어 실천의 영역에서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