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냥 쉬는’ 청년들에 대한 오해

2025-06-13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한국의 고용률이 지난달 70%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청년의 취업률은 감소했고 오히려 고령층의 취업률이 증가했다. 고용시장이 지표상으로만 개선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청년층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린다. ‘2024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25~34세 청년 중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은 2020년 기준 66.0%에 달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신의 부모와 자식을 이중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최근 이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중 ‘쉬었음’ 인구는 지속 증가세다. 최근에는 7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에선 이들을 두고 ‘게으르다’, ‘고생을 안 해봐서 그렇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요즘 세대는 어렵고 힘이 드는 일은 하기 싫어하며, 편안함만을 좇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모든 청년이 그러한 이유로만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졸업 후 여러 번의 취업 실패로 인해 동력을 잃기도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다 지친 끝에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퇴사 후 재취업을 원하지만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결국 본인을 낙오자로 지칭하기도 한다. 

사회로부터 고립돼 은둔하는 청년이 늘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2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5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전국 19~39세 청년에 대한 후속 조사에 나섰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고립·은둔 이유로 취업실패(24.1%), 대인(23.5%), 가족(12.4%), 건강(12.4%) 등을 들었다. 고립·은둔 청년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들의 심리안정과 사회 재진입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