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빌라 전세, ‘극명한 대비’
아파트는 가격 상승세, 빌라는 찬밥… 역전세 현상까지 정부, 전세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개편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
2025-06-13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아파트와 빌라(다세대·연립) 전세 시장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은 넘치는 수요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르는 반면 빌라는 전세사기에 따른 기피 현상 지속으로 역전세 현상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보증보험 산정 기준을 확대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경직된 시장에 온기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 대비 0.04%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주 0.10%에서 이주 0.12%로 상승폭을 확대하며 56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계속되는 전세가 상승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세가는 올 상반기 0.2% 오른 데 이어, 연말까지 2.8% 추가 상승하며 연간 3.0%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오는 7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 만기가 돌아오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매매 수요 축소로 인한 수요 유입이 예상되며 연간 입주물량이 작년에 비해 소폭 감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빌라 전셋값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5.89% 하락하고 있다. 역전세 현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 빌라 집주인들은 평균 1000만원 상당의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되돌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5월과 올해 1~5월 사이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1건 이상의 전세 거래가 발생한 9653건 중 46%인 4437건이 기존 전세금 대비 전세 시세가 하락한 역전세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주택의 전세 시세 차액은 4%가량 하락한 979만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빌라 중심 역전세 현상이 확산되자 전세·임대 보증 가입 기준 개편 방안을 발표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전세·임대 보증 가입 기준 개편 방안이 담긴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국토부는 빌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산정 기준에 공시가격과 함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을 넣기로 했다. 산정기준 현실화로 보증 한도를 늘려 빌라 전세 기피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또 집주인은 집값에 비해 공시가격이 낮을 경우 HUG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게해 감정평가액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역전세 현상의 원인으로 꼽히는 '126% 룰'을 고수하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도입된 126% 룰은 공시가격의 150% 수준이었던 보증 규모를 최대 126%로 제한한 제도다. 보증 규모 축소는 더 안전한 매물을 찾는 세입자들은 빌라 대신 아파트 전세에 몰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 불황으로 심각한 '소화 불량' 상태에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전세 시장에 다소는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팀장은 “쟁점으로 떠오른 126% 룰의 경우 함부로 손을 댄다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급격한 정책 전환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126% 룰 유지 방침은 다수의 세입자들은 근본적인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며 “일반인들은 감정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인데 복잡한 대책을 내놓게 되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김 소장은 이어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보증보험 밖에 없으므로 보증 한도를 높여 빌라 전세에 대한 신뢰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