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의 리더십'…SK, 美-中 투트랙으로 케즘 담장 넘는다
SK, 中 지리와 배터리 등 친환경 모빌리티 협력 강화 양사 협력 관계 구축에 최재원 글로벌 네트워킹 역할 블루오벌SK, 유상증자 결정하며 북미서도 활로 개척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이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12일 중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 저장지리홀딩그룹(지리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전장부품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폭넓은 파트너십을 맺었다. SK그룹의 사업 개발 역량과 지리그룹의 모빌리티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 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최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은 중국 기업 CEO들과 폭넓은 인맥을 갖췄으며 특히 지리그룹과 그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리그룹은 1986년 설립된 회사로, 올해 1~4월 기준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에 이어 세 번째로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모빌리티 기업이다. 산하에 지리자동차, 스웨덴 볼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영국 고성능 차량 로터스 등 약 10여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충전 인프라 △차량용 전장 부품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 관계 구축에 최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배터리 기업인 SK온과 지리그룹 산하 자동차 브랜드 간 협력이 예상된다. SK온은 지난해 11월 지리그룹 산하 폴스타가 2025년부터 생산할 예정인 '폴스타5'에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울러 SK온은 배터리 사업 정상화를 위해 북미에서도 예정대로 투자를 집행하며 배터리 사업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는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5일 8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온과 포드는 각각 4050억원씩 출자를 할 예정이다.
블루오벌SK는 내년까지 미국 켄터키 및 테네시에 12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SK온의 글로벌 생산거점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어서 일종의 '게임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총 투자규모는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이번 유상증자 금액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근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이동하고, 유정준 부회장이 SK온 수석부회장으로 부임됐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이고, 유 부회장은 최 회장의 최측근이다.
업계는 이같은 인사 이동 배경에는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 위주의 리밸런싱에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만큼 SK온의 수익 개선을 우선순위로 두고 사업 재편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기업공개(IPO)하는 방안, 2차전지 분리막 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28~29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 중심의 리밸런싱 방향성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의 화두는 'SKMS(SK Management System: SK 경영관리체계)' 기본 정신 회복과 사업 리밸런싱 방향성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