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PF 정상화 잰걸음…신평사들 “증권사 신용위기 가능성 여전”

1분기, 증권업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부동산 부실 ‘후폭풍’ 대형사도 신용등급 하향...구조조정에 충당금 압박 커져

2024-06-16     이광표 기자
이복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1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 된 가운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록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의 신용도는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본격화 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신용 등급이 추가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국내 일부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국내 일부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뿐만 아니라 대형사인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도 강등됐는데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앞서 해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를 감안해 지난 3월 국내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빅2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는 등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진 상태다. 대형사들의 신용등급마저 연이어 하향 조정되자 연쇄 강등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부실 사업장 정리로 증권사들이 추가 충당금 적립에 나설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도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약 26조3000억원이며 이 중 손실액은 4조6000억~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현재 적립한 충당금과 준비금은 고작 2조원 규모다. 이는 향후 증권사들이 PF 관련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 PF 리스크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서 증권업계가 후순위채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증권사들의 자본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킨 가운데 후순위채를 통해 건전성 불안을 떨쳐내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후순위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순자본비율(NCR) 등 자본건전성 지표를 산정할 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NCR이 높을수록 자본건전성이 양호하고 손실 흡수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후순위채는 만기가 5년 이상인 경우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증권사들은 후순위채 발행을 NCR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해왔다. 이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의 차환 발행으로 건전성을 개선하고 신용등급을 사수하려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발행해 올해 만기를 맞는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차환을 위해 오는 14일 최대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에도 3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회사가 후순위채 조달에 나선 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2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중 3000억원을 목표로 후순위채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향후 추가로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조달할 예정이다. 회사의 NCR은 올해 1분기 2147.4%로 높은 수준이지만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PF 구조조정 및 부동산 시장 불안이 길어지면서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려는 증권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건전성 지표가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부진했던 증권사 위주로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이를 감내할 수 없다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