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교수, 17일 ‘무기한 휴진’ 돌입… ‘연쇄 휴진’ 전운
서울의대 산하 4개 병원, 응급실·중환자실 제외 모든 진료과 무기한 휴진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16일 서울의대교수진과 논의 진행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대증원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이보다 하루 앞선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16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인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들은 17일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비대위의 휴진 결정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그동안 정부 측에 근거와 협의에 기반해 의료정책을 수립할 것을 약속해 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각 병원의 임상 과별 조사 중간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를 한 교수는 4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수진 중 40%에 가까운 교수가 휴진하는 셈이다.
교수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 취소와 의대 증원 사태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가 없으면 무기한 휴진이 계속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번 휴진 선언에 따라 산하 4개 병원에선 17일부터 정규 외래 진료 및 수술이 중단된다. 다만 휴진 기간 응급·중환자와 희귀·난치·중증 질환에 대한 진료는 유지한다.
이는 의협이 18일 단행하기로 한 집단휴진보다 하루 앞선 일정으로, 의대교수 단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시행하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결정에 이어, 각 주요 병원 교수 단체도 속속 무기한 휴진을 선언하고 나섰다.
연세대 의대·병원은 2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을 결의했다. 가톨릭의대 교수들은 18일 휴진을 결정하고, 무기한 휴진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소속된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도 의협 휴진에 참여한다. 아주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사흘간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00여명 가운데 203명이 해당 조사에 응했으며 그중 56%(114명)가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의 전국의사궐기대회·휴진에 전의교협과 함께 적극 참여하기로 했지만, 무기한 휴진은 논의 단계다. 성균관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여전히 현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마저 휴진에 동참하게 된다면 국내서 가장 의료 수요가 높은 병원인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성모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의 공백이 더욱 커진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서울대 의대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하기 하루 전인 16일 해당 대학 교수들을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비대위 및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 등이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와 집행부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의대증원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별도의 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이후 "박주민 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구성 등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의대증원은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는 것에서도 뜻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